APEC 싱크탱크이자 공식 옵서버인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PECC)가 심화하는 미국발 경제 위기에 맞설 대안으로 글로벌 사우스 핵심 지역인 아세안 국가 간 협력 강화를 제시했다.
특히 현재 위기를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보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나아갈 새로운 협력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일 서울 FKI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32차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PECC) 총회에 참석한 각 분야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향을 화두로 던졌다. 이날 총회는 20년만에 서울에서 열렸다.

노벨상 경제학자인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는 현재 위기를 “기존 방식을 되돌아보고 더 나은 협력 모델을 찾는 '재구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APEC이 현재의 미국과 양립 가능한 새로운 질서를 만들거나, 미국 없이 독자적인 협력 체제를 강화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근본적인 기로에 섰다고 화두를 던졌다.
로빈슨 교수는 “현재 위기는 트럼프 개인이 아닌, 수십 년간 미국 다수 대중이 혜택에서 소외된 데 따른 필연적 '백래시(반발)'”라며 “과거의 세계화는 더 이상 미국 국내 정치와 양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현재 위협을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기술이 안보와 직결되는 경제 이슈의 안보화 △국가 간 상호의존이 압박의 수단이 되는 상호의존의 무기화로 진단했다.
그는 “아세안과 글로벌 사우스로 시장을 다변화하며 무역과 산업 정책을 통합해 전략 산업 공급망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특히 올해 APEC 의장국으로서 기후변화부터 디지털 등 새로운 무역 규범 형성을 주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로빈 하딩 파이낸셜 타임즈(FT) 아시아 담당 편집장은 “50년간 지속된 미국의 무역적자 같은 구조적인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보호무역주의를 완화하는 길”이라며 “보호무역주의가 심화하는 와중에도 다른 한편에서는 자유화 무역정책을 택한 국가도 늘고 있어 APEC이 이러한 '선의의 세력'과의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과 중국이 안보를 이유로 자급자족을 원하고, 특히 중국은 저가 상품부터 첨단 기술까지 전체 제조업 가치 사슬을 장악하고 있다“며 기존 공급망의 붕괴와 새로운 무역 긴장을 경고했다.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