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의 패러다임디자인] 〈12〉 K리더십을 찾아서 K팝, 양궁, 육상, 축구에서 배우는 다섯 가지 DNA

이광재 PD(전 국회사무총장)
이광재 PD(전 국회사무총장)

2002년 월드컵의 함성, 올림픽 양궁 금메달의 찬란함, 점점 높아지는 우상혁의 도약, 그리고 BTS, 데몬헌터스, 무대 위 진심은 서로 다른 장면이지만 하나의 울림이 되어 우리에게 묻는다.“한국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가?”

이는 김구 선생이 말씀하신 '문화국가'의 길 위에 한국이 서 있음을 보여준다. K팝, 양궁, 육상, 축구는 단순한 종목이나 산업이 아니다.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과정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교과서다. 만약 이 성공의 DNA를 한국 사회 전반에 심을 수 있다면, 한국은 '위대한 나라'로 세계인의 존경과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한국 사회가 배워야 할 리더십의 다섯 가지 원형, 곧 'K리더십의 DNA'는 무엇일까?

첫째, 실력과 공정한 경쟁이다.

한국 양궁은 올림픽 27개의 금메달을 따냈지만, 그 누구도 대표 자리를 보장받지 않는다. 금메달리스트조차 매년 다시 선발전을 거친다. 히딩크 감독은 2002년 월드컵에서 스타 선수를 과감히 제외하고, 훈련 성과와 체력으로 검증된 선수들로 신화를 만들었다. K팝 연습생 수백 명 중 단 몇 명만 데뷔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육상은 기록으로만 평가한다. 한국은 바로 이 공정한 경쟁 속에서 '누구나 기회가 있고, 누구든 실력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희망을 만들어냈다. 그 희망이 국민의 에너지가 되었고, 그 에너지가 세계를 움직인 것이다.

둘째, 과학과 데이터에 기반한 훈련과 혁신이다.

양궁은 눈에 보이지 않는 떨림, 심박수, 시선까지 분석해 맞춤 훈련을 만든다. 현대차의 기술이 활에 녹아 있고, 선수들의 집중은 뇌파로 측정된다. K팝도 감성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팬 반응은 인공지능(AI)이 분석하고, 무대 동선은 수십 차례 시뮬레이션된다. 육상 또한 스피드 그래프와 착지 각도를 데이터로 검증한다. 한국은 '감'이 아닌 '분석', '추측'이 아닌 '수치'로 실력을 쌓아왔다.

그리고 이 과학 기반의 문화가 지금의 경쟁력을 만들었다.

셋째, 수직이 아닌 수평, 명령이 아닌 자율의 리더십이다.

히딩크는 선수에게 “왜 너는 이 팀에 있어야 하나”를 물었다. 명령하지 않고, 스스로 뛰게 했다. 오늘의 K팝 아티스트들은 직접 곡을 쓰고 팬과 소통하며 무대를 기획한다. 육상에서도 감독은 지휘자가 아니라 파트너로 함께 고민한다. 억압이 아닌 자율, 지시가 아닌 책임. 이것이 한국을 세계 정상으로 이끈 리더십이다.

넷째, 성과에 대한 분명한 보상과 생애 설계다.

양궁 메달리스트는 연금과 함께 광고·해설 기회 등 생애 설계를 지원받는다. 육상은 신기록에 포상과 군 면제가 따른다. K팝 아티스트는 성공하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다. 성과가 명예에 그치지 않고 인생의 기반이 되는 사회, 그것이 도전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의 많은 청년은 “노력해도 돌아오는 게 없다”고 말한다. 다시 성과와 보상, 인정과 기회가 연결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다섯째, 민간이 주도하고, 세계를 향한 전략이다.

K팝은 정부가 만든 것이 아니다. SM, JYP, HYBE 같은 민간 기획사가 세계를 설득했다. 양궁은 현대차 정몽구 명예회장의 40년 넘는 후원이 뒷받침됐다. 육상은 육현표 회장의 리더십이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다. 히딩크 감독 영입과 전지훈련도 민간의 결단이었다. 지금 세계는 정부 주도가 아니라, 민간의 창의성과 실행력이 앞서고 정부가 이를 밀어주는 시스템에서 성과가 나온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묻는다.

왜 K팝은 세계 1등인데, 한국 청년은 불안한가?

왜 양궁은 세계를 지배하는데, 우리의 행정은 비효율적인가?

왜 히딩크의 리더십은 4강 신화 이후 사라졌는가?

왜 육상처럼 일어설 잠재력은 여전히 잠들어 있는가?

그 답은 분명하다. 콘텐츠는 세계 최고지만, 시스템과 리더십은 아직 거기까지 못 갔기 때문이다.

이제 정치, 경제, 행정, 교육까지 이 'K리더십의 DNA'를 따라야 한다. 공정한 경쟁, 과학적 분석, 자율적 리더십, 성과 보상, 민간 중심의 글로벌 전략. 이 다섯 가지가 한국 사회 전체를 이끄는 원칙이 될 때, 우리는 다시 도약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보았다.

수천 번 넘어져도 다시 무대에 서는 아이돌을. 한 치의 떨림 없이 화살을 쏘는 양궁 선수들을. 누구보다 높이 도약하는 젊은 육상 선수를. 그리고 그들을 묵묵히 밀어주는 리더와 시스템을. 이제 그 DNA를 정치와 행정에도 심어야 한다.

그것이 한국을 일으킨 힘이었고, '미래를 사랑하고, 마음껏 도전하는 나라'를 만들어갈 길이다.

이광재 PD(전 국회사무총장) yeskjwj@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