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의 경부고속도로는 산업화의 혈관이 되었고, 1990년 말 김대중 대통령의 초고속 정보통신망은 '정보화 고속도로'로 대한민국을 세계 IT 강국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당시 이 두 가지 국가 인프라는 시대의 한계를 돌파하며 산업과 사회의 지형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이제 대한민국은 세 번째 성장 인프라, 인공지능(AI) 시대의 '온라인교육 고속도로'를 건설해야 할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 정부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AI 고속도로 구축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AI는 단순한 학습도구가 아니라 교육 패러다임 자체를 전환시키고 있다. 맞춤형 학습, 실시간 피드백, 국경 없는 교수-학생 연결은 이미 기술적으로 가능한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 고등교육 구조는 여전히 오프라인 중심에 머물러 있고, 법·제도·인프라 측면에서 디지털 혁신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20여 년 전 미래를 내다보고 출범한 사이버대학은 여전히 제도권 밖에 머물러 있다. 지난 25년간 성인학습자, 직장인, 경력단절자, 다문화·장애인 등 교육 소외계층의 배움의 문을 열어온 선구자임에도, 이를 대표하는 법적 협의체조차 없다. 18대 국회에서 발의된 '한국원격대학교육협의회법(원대협법)'은 16년째 통과되지 못한 채, 22개 사이버대학은 글로컬대학, 라이즈, 라이프(LiFE) 등 핵심사업에서 배제되고 있다. 정부가 온라인교육과 평생학습을 미래전략으로 내세우면서도 정작 그 뿌리를 제도권 밖에 두는 것은 정책적 모순이다.
사이버대학의 성과와 역량은 이미 수치로도 명확하다. 현재 재학생의 70% 이상이 직장인이고, 80% 이상이 성인학습자다. 등록금은 오프라인 대학의 3분의 1 수준으로 책정되어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배움의 기회를 누릴 수 있다. 학위 취득을 넘어 재취업, 경력 전환, 자기 계발을 위해 도전하는 이들이 주를 이루며, 평생학습의 필요성을 가장 실질적으로 체현한 곳이 바로 사이버대학이다. 더 나아가 지난 20여년간 축적된 방대한 디지털 교육 콘텐츠와 학사운영 경험은 AI+X 융합교육, 생애주기별 AI 역량 강화, 디지털 리스킬링 등 국가전략에 즉시 적용할 수 있는 자산이다.
![[에듀플러스]<칼럼> AI 시대, 대한민국에 온라인 교육 고속도로 깔아야 한다](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8/23/news-p.v1.20250823.088a423e531643528d7e70ace1ffb4de_P1.png)
그럼에도 라이즈 사업에서조차 참여 자격을 얻지 못한 것은 교육정책의 형평성과 일관성에 어긋난다. 정부가 교육격차 완화와 지역균형 발전을 목표로 한다면, 사이버대학 역시 제도권 안에서 지원받아야 한다. 사이버대학은 직장인·고령층·외국인 근로자 등 다양한 학습자를 포괄하고, AI·실감형 콘텐츠를 전국 어디서나 제공할 수 있으며, 지역대학과의 공동 프로그램 운영, 성인 재교육·재취업을 위한 평생직업교육 거점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다. 이는 보완이 아니라 미래 고등교육체제 구축의 핵심 축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원대협법 제정은 특정 대학군에 대한 특혜가 아니다. 이는 AI 시대 국가 지식 인프라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다. 과거 경부고속도로가 물류혁명을, 정보화 고속도로가 IT혁신을 이끌었듯, 온라인교육 고속도로는 대한민국을 AI·디지털 교육강국으로 도약시키는 발판이 될 것이다. 특히 AI 시대에는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학습할 수 있는 체제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사이버대학은 그 체제를 이미 25년 동안 실험하고 정착시켜 온 실질적 기반이다.
사이버대학은 단순한 대안이 아니다. 그것은 성인 학습자의 복지안전망이자, 평생학습사회로 가기 위한 국가적 관문이며, AI 시대 고등교육의 중심축이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국가의 미래는 국회와 정부의 결단에 달려 있다. 온라인교육 고속도로는 선택이 아니라 국가 생존전략이며, 지금이 바로 그 결단의 시간이다. 오늘의 망설임은 내일의 격차가 되고, 오늘의 투자야말로 미래 50년을 여는 지름길이다.
공병영 글로벌사이버대 총장 겸 한국원격대학협의회장 gby33@hanmail.net
◆공병영 글로벌사이버대 총장 겸 한국원격대학협의회장=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수석실 행정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실 비서실장, 교육부 교육안전정보국장, 충북도립대 6~7대 총장을 거쳤다. 현재 글로벌사이버대 총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원격대학협의회장도 겸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