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결제 기업 비자(Visa)가 미국 오픈뱅킹 사업에서 철수했다. 은행과 핀테크 기업 사이의 데이터 비용 갈등이 원인이다. 데이터 비용 갈등은 한국 금융권에서도 반복되는 문제다.
비자는 지난 2022년 스웨덴의 오픈뱅킹 기업 팅크(Tink)를 인수하고 작년 미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불과 1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JP모건체이스, PNC파이낸셜 등 미국 대형 은행들이 고객 계좌 데이터 접근에 수수료 부과를 하겠다고 나서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소비자 데이터 접근권을 보장하고 은행의 데이터 유료 제공을 금지하는 규칙 시행을 추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철회하면서 은행들이 데이터 이용료를 부과할 길이 열렸다. 핀테크 기업은 소비자 데이터의 주체는 은행이 아닌 소비자로 은행이 수수료를 가져가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한다. 수수료 산정 기준도 불명확하다.
오픈뱅킹은 고객 동의를 전제로 은행 계좌·결제 내역 등 금융 데이터를 핀테크나 제3자 서비스가 불러와 개방하는 제도다. 소비자는 여러 금융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이용할 수 있고 핀테크는 이를 기반으로 송금·지급결제·자산관리 등 혁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 핀테크·가상자산 업계의 80여개 기업 대표는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계좌 접근에 수수료를 부과하면 혁신을 마비시키고 중소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된다”며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비자 사례처럼 다른 핀테크 기업들도 오픈뱅킹 사업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데이터 비용 갈등은 혁신 위축과 소비자 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오픈뱅킹 망 이용 수수료를 2019년 도입 당시 대비 2021년에 10% 수준으로 낮추면서 갈등을 해소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마이데이터 API 호출 과금 문제로 핀테크 기업은 수익성 악화를 호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용 장벽은 핀테크와 중소기업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고, 혁신도 위축된다”며 “장기적으로 데이터 비용 문제는 금융 생태계 경쟁력과 직결돼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