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생산금융 전환 시동 건 금융권···기업금융·모험자본 공급 늘린다

[이슈플러스] 생산금융 전환 시동 건 금융권···기업금융·모험자본 공급 늘린다

금융권이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하기 위한 체질 개선에 한창이다.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벤처·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한 자금 공급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미국발 추가 관세 부과에 따른 주력 산업 지원을 위한 쌈짓돈까지 내놓으며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적극 부응하고 있다. 100조원 규모로 조성될 국민성장펀드에도 금융권이 대규모 출자를 준비하면서 추가 조달 여력을 살피기 시작했다. 5대 금융지주들은 관세 위기에 대응해 내년까지 총 95조원을 지원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금융권, 관세에 中企·소상공인까지…금융 지원책 강화

금융위원회는 3일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한국자산관리공사 부기관장 및 5대 금융지주 최고전략책임자(CSO)와 함께 간담회를 개최했다.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품목관세 부과에 따른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금융업계의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날 간담회에서 참석한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금융지주 CSO들은 관세 위기에 대응해 내년까지 총 95조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책금융기관의 지원액 172조원의 절반 이상 규모다. 금리부담 경감, 수출·공급망 지원, 혁신성장 지원, 대기업 상생 대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한다.

KB금융에서는 △유망성장산업, 제조업 중소법인 대상 특별 금리 우대 △신·기보, 지역보증 특별출연을 통한 대출 지원 △현대·기아차 협력사 대출지원 등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신한금융은 △미래혁신산업 중소기업 혁신성장 지원대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산업단지 전용 신상품을 지원한다.

하나금융은 하나은행을 통해 현대차·기아,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함께 '자동차 산업 수출 공급망 강화를 위한 금융지원'에 6300억원 금융지원과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우리금융은 수출기업 등 유동성 공급 및 금융비용 경감을 농협금융은 소재·부품·장비 등 중소·중견기업 P-CBO 발행확대, 관세피해 대기업 협력업체 금리우대 등 프로그램도 가동한다.

관세 대응 차원의 지주 지원 계획뿐만 아니라 시중은행 차원에서 실물 경제를 지원하기 위한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KB국민은행은 기보와 중소, 벤처기업 대상 미래성장산업 육성을 위해 '대한민국 진짜 성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총 1400억원 규모 자금 지원으로 자금공급 확대해 생산적 금융에 힘을 보탠다.

신한은행은 상생배달 '땡겨요'를 통해 지역 소상공인을 지원한다. 서울시·지역보증재단, 부산시 등에 가맹점 소상공인 대출을 200억원 지원한다. 하나은행은 지역 기업 지원을 위해 기보와 손잡고 부산, 울산 기술혁신 중소기업에 60억원 규모 금융 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하반기 소호대출, 기업대출 특판 한도 증액 및 금리혜택 등을 통해 대내외 경제여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인공지능(AI), 미래전략산업 육성 등 지속 성장을 위해 지원할 수 있는 기업들을 발굴하고, 지원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지난 5월 항공우주산업 육성에 2조원 지원 계획을 밝히고, 포용적 금융 플랫폼으로 중기 상생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NH농협도 지난달 20일 생산적 금융 활성화 간담회를 개최하고, 계열사별 생산적 금융 현황과 활성화·추진 전략을 논의한 바 있다. AI 기업대출 심사를 도입해 데이터 기반 기업심사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우량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자료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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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자본 공급 확대에 자본시장도 '꿈틀'

증권사나 사모펀드(PEF), 벤처캐피털(VC) 등을 통한 간접 투자 방식의 자금 공급도 잇따를 전망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1조원 규모의 기업구조혁신펀드 6호 조성 계획도 논의됐다. 이 펀드는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산업의 사전적·사후적 구조조정대상 기업과 협력업체를 지원한다.

금융당국에서는 1조원 규모 펀드 가운데 절반인 5000억원을 민간자금으로 매칭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에서는 펀드의 지원목적과 투자계획 등에 대한 정부감독, 하방안정성 등을 감안해 은행의 선순위 출자시 위험가중치(RWA)를 대폭 낮춰주기로 했다. 오는 10월 말 운용사 선정이 마무리되는 만큼 연내 금융권의 출자가 잇따를 전망이다.

10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도 금융권 주요 자금 투입 분야가 될 전망이다. 국민성장펀드는 연기금 등 민간 자금 50조원, 정부 주도의 첨단전략산업기금 50조원을 마련해 향후 5년간 AI 핵심 산업과 초혁신경제 프로젝트 등에 투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에도 1조원을 편성해 민간자금을 끌어오기 위한 마중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산업은행 산하에 설치된 첨단전략산업기금의 출자 사업 등을 통해 지분 투자 및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다양한 모험자본 투자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도 꿈틀대고 있다. 정부는 증권사의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를 위해 올해 종합투자계좌(IMA) 및 발행어음 관련 제도를 손질했다. 상장형 벤처펀드인 기업성장투자집합기구(BDC)도 제도화를 마쳤다. 발행어음·IMA 조달액의 25%는 국내 모험자본에 투입된다. BDC 역시 펀드의 절반 이상을 비상장 벤처기업에 분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반 투자자들에게 모집한 자금을 각 증권사의 자체 신용 그리고 금융권의 출자금을 더해 모험시장에 투자하게 되는 셈이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