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회계 두고…금감원 '강경', 금융위는 '일단 신중'

(왼쪽부터)이찬진 금감원장,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사진=금감원, 연합뉴스)
(왼쪽부터)이찬진 금감원장,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사진=금감원, 연합뉴스)

삼성생명 회계처리 방안을 두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양기관 수장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장이 조속한 해결과 정상화를 강조한 반면,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중립적인 입장을 내비치면서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기조가 정리되지 않은 모습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일 보험업권 CEO 간담회에서 삼성생명 회계 이슈에 대해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고, 이번 기회에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금감원장은 “해당 이슈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금감원 입장은 원칙에 충실한 방향이 될 것”이라며 “국제회계기준에 맞춰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정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은 삼성생명의 일탈회계(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국제회계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취지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반면 다음날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삼성생명 회계처리에 대한 입장이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최근 금감원이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금융위원장으로 임명된다면 금감원 등 관계기관과 함께 살펴보겠다”면서도 삼성생명법에 대해선 “지금까지 흐름을 보면 굉장히 여러 가지 이해를 조정해야 하는 사안으로 국회에서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금감원장이 삼성생명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였지만, 상위기관인 금융위원회와 온도차가 큰 상태로 관측된다. 양측 입장이 엇갈리자 금융당국 기조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찬진 원장이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당초 이번 회계처리 이슈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나뉘고 있다. 보험회계 제도와 지분법 적용에 대한 사안이기에 삼성생명 외 다른 보험사나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보험사가 과거 판매했던 유배당보험에서 계약자에게 돌아가야 할 배당재원을 부채로 볼 것인지 △자회사 편입시 지분법을 적용할지 여부 등이 주요 쟁점이다.

삼성생명은 유배당 계약자에게 돌아갈 배당재원을 보험계약부채가 아닌 계약자지분조정(예외) 항목으로 별도 분류하고 있다.

회계기준원을 포함한 일부 단체는 삼성생명이 2023년 회계제도 전환 당시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8.51%)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예외를 인정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2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일부 매각하면서 전제가 깨졌다는 설명이다.

다만 전문가중 다수는 삼성생명이 금융산업법 준수를 위해 불가피하게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금산법에서 금융사가 비금융사 지분 10%를 초과해 보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금감원이 개최한 간담회에서도 참석한 전문가 과반 이상이 현재 삼성생명 회계처리 방식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서둘러서 해당 이슈를 매듭짓고 싶어 하는 느낌이 있다”며 “계약자지분조정과 자회사 지분법 처리 문제는 삼성생명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고,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신중한 영향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