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으로 연산하고 저장하는 기술로, 일상의 기기를 더 작고 더 똑똑하게 바꾸겠습니다.”
최근 빛을 신호로 사용해 한 소자에서 연산과 저장을 동시에 수행하는 뉴로모픽 반도체를 개발한 최준환 단국대 화학공학과 교수의 말이다.
이 뉴로모픽 반도체는 전기 신호 기반 대비 전력 소모를 줄이고 다중 병렬 처리를 구현해 지문 인식 신경망 시뮬레이션 정확도 96%를 기록했다. 종이·플라스틱 등 유연 기판에서도 구동돼 웨어러블·보안 센서 등 엣지 응용이 기대된다.
핵심은 빛 신호의 물리적 이점이다. 전기 신호가 배선 저항과 기생성분의 제약을 받는 반면 빛은 저항 손실 없이 다수 소자에 동시에 퍼지고 공간적으로 선택 인가가 가능하다. 연구팀은 이를 활용해 학습·추론의 지연을 줄이고 동일 면적에서 동시 처리량을 끌어올렸다.
최 교수는 “빛 신호는 저전력·초고속·병렬 처리에 유리해 뉴로모픽의 장점을 극대화한다”고 말했다.
소자 구조는 이중 고분자 절연막(pBDDA, 파릴렌)에 기반한다. 두 절연막이 맞닿는 계면에 전하가 저장되도록 설계해 별도의 저장층 없이 메모리 기능과 시냅스 가소성을 한 소자에 담았다. 제작된 소자는 넓은 메모리 윈도(전하 저장 폭)와 장시간 데이터 유지 특성을 보였고, 광·전기 자극을 반복해도 안정적으로 동작했다.
제조 공정은 '저온 화학기상증착(CVD)을 채택했다. 용매 잔여물이 없는 저온 증착으로 박막 두께·균일성을 정밀 제어해 열·습기에 취약한 종이·플라스틱 기판의 손상을 줄였다. 반복 굽힘 시험 이후에도 특성 저하가 미미해 기계적 신뢰성을 확인했다.
최 교수는 “유연 기판의 굽힘·휘어짐을 고려해 재료의 기계적 유연성까지 함께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성능 검증은 지문 인식 신경망 시뮬레이션으로 이뤄졌다. 정확도 96%는 연구 단계 성과로도 경쟁력 있는 수치로 평가된다. 다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대면적 균일 제작, 대규모 집적·회로화(주변회로 포함), 장기 신뢰성·열화 검증 등 과제가 남아 있다. 환경 변화(온·습도, 반복 굽힘)에 대한 수명 데이터 축적과 공정 호환성 확보도 필요하다.
산업적 파급효과는 분명하다. 기존 폰 노이만 구조처럼 연산과 저장이 분리된 병목을 줄여 전력 소모와 칩 복잡도를 동시에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소형·저전력이 핵심인 웨어러블, 인증, AI 센서에서 즉각적인 이익이 예상된다. 국내 산업 측면에서는 메모리 강점을 바탕으로 뉴로모픽 기반 AI 반도체로 외연을 넓히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연구팀은 기술 성숙도 제고를 위해 표준화·테스트베드 협력을 제안한다. 공정·설계의 상호 운용성과 신뢰성 데이터가 확보될수록 산업 이전 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본다.
최 교수는 “광 기반 뉴로모픽이 에너지 효율과 집적도의 새 기준을 제시하길 바란다”며 “남은 과제를 순차적으로 해결해 엣지 AI 하드웨어로 연결하겠다”고 덧붙였다.
용인=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