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광 칼럼] 중국의 AI 굴기와 한국의 선택, 오픈소스 혁명이 가져온 패러다임 전환](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9/08/news-p.v1.20250908.8f96f2c2d4784a918dde283bd4121679_P1.png)
1. 서론: 글로벌 AI 패권 재편의 시대
2025년, 글로벌 인공지능(AI) 시장은 예측 불가능한 격변을 겪고 있다. 이는 마치 거대한 지각 변동처럼, 기존의 AI 패권 지도를 완전히 뒤흔들고 있다. 미국의 엔비디아 GPU 수출 규제라는 강력한 제재는 역설적으로 중국이 자체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이로 인해 AI 패권 경쟁의 판도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상징적인 사건은 알리바바의 자체 AI 반도체 개발 소식에 엔비디아의 주가가 급락한 사례이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이슈를 넘어, 하드웨어의 결핍이 소프트웨어의 혁신으로 이어지는 '결핍의 역설'이 현실이 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거대한 두 기술 강국 사이에서 한국은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까요? 이 칼럼은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 담론을 나누려 한다.
2. 중국 AI 산업의 도전과 혁신
2.1 미국의 규제와 중국의 대응 - 위기가 기회로
미국 정부의 엔비디아 GPU 수출 금지는 중국 AI 산업에 치명적인 기술 봉쇄로 여겨졌다. 그러나 중국은 이에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정부 차원에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자국 기업들의 AI 기술 개발과 핵심 역량 확대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눈에 띄게 발전하여 이제는 최첨단 AI 모델을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는 마치 외부의 압박이 오히려 내부의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압력 솥' 효과를 낳았다.
2.2 오픈소스 전략으로의 선회- 기술 고립을 넘어서
기술적 고립의 위기 앞에서 중국은 오픈소스 전략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알리바바의 '큐웬(Qwen)'이나 딥시크의 'R1' 같은 고성능 AI 모델을 무료로 공개하며 세계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미국의 폐쇄형 독점 모델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보라고 할 수 있다. 폐쇄형과 오픈소스라는 두 거대한 흐름이 충돌하는 가운데, 중국은 기술 공유를 통해 더 넓은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고 기술 생태계를 확장하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2.3 하드웨어의 한계를 인간의 능력으로 극복
중국 기업들은 뛰어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통해 하드웨어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특히 딥시크는 인공지능에 최적화된 자체 분산 파일 시스템과 리눅스 커널까지 재설계함으로써 불필요한 하드웨어 자원 낭비를 줄이는 효율화 기술로 인공지능 학습에 소요되는 가격을 잡았다.
또한, 화웨이는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 '어센드(Ascend)'를 기반으로 수많은 칩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클러스터 기술을 선보였다. 비록 개별 칩의 성능은 엔비디아에 비해 뒤처질지라도, 대규모 연결과 통신 최적화를 통해 전체적인 성능을 끌어올리는 혁신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마치 한 명의 천재보다 수십, 수백 명의 효율적인 협업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과 같다.
기업명/ 주요 모델/ 전략 특징/ 강점 분야
알리바바/ 큐웬(Qwen) 시리즈/ 무료 오픈소스 제공, 전 산업 적용/ 수학·코딩·추론 능력
딥시크/ R1모델/ 오픈웨이트 방식, 효율성 극대화/ 자연어 생성, 논리적 사고
화웨이/ 어센드 반도체/ 클러스터링 기술, 네트워크 최적화/ AI 인프라 구축
Z.ai/ 전문 분야 모델/ 산업별 특화 AI 개발/ 현지화 및 전문성
3. 중국 AI 생태계의 역동성과 도전 과제
3.1 기술 경쟁에서 지정학적 경쟁으로
중국의 오픈소스 공세는 단순히 기술 우위를 점하려는 행위를 넘어, 지정학적 차원의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중국은 AI뿐만 아니라 운영체제(OS), 반도체 아키텍처 등 핵심 기술 분야 전반에서 오픈소스 연구를 장려하며 기술 독립을 꾀하고 있다. 이는 자국 중심의 기술 패권을 확립하려는 장기적인 목표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3.2 문화적·언어적 현지화 강점
중국 AI 모델들은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 문화적, 언어적 이해도를 앞세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AI 개발자들은 미국의 모델보다 알리바바의 '큐웬'이 일본 문화와 언어의 미묘한 차이를 훨씬 잘 이해한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는 서구 문화권이 아닌 지역에서는 중국 모델이 더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저작권을 무시하고 데이터를 수집한 결과로 폄훼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결과물은 압도적이다.
3.3 치열한 내부 경쟁과 생태계 진화
중국 AI 산업은 내부적으로도 극심한 경쟁을 통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폐쇄형 모델의 가격을 낮추는 경쟁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기 위한 오픈소스 경쟁으로 전선이 넓어졌다. 중국 기업들은 당장의 수익보다 사용자 기반 확대를 우선시하고 있다. 중국 빅테크의 특징은 무료 모델로 방대한 사용자를 끌어들인 뒤, 클라우드 서비스나 특화된 애플리케이션 등 부가 서비스로 수익을 창출하는 장기적인 생태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4. 한국 AI 전략의 방향 제안
4.1 한국형 오픈소스 생태계 활성화 전략
한국은 중국의 오픈소스 전략에서 중요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단순히 기술을 따라가는 것을 넘어, 한국형 AI 오픈소스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정부는 이미 AI와 같은 핵심 기술에 대한 국가 전략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중소기업부는 '도메인 AX 스타트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더욱 확대하여 오픈소스 기반 AI 혁신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4.2 실용성과 효율성 중심의 접근
AI 기술 자체를 따라잡기보다는, 이를 얼마나 실용적이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사진 앱, 영상 편집,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가성비 있게 활용하는 능력이 미래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오픈소스 모델을 활용해 한국만의 독창적인 AI 콘텐츠와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산업적으로 더 유의미하다.
4.3 문화적 강점을 활용한 차별화 전략
한국은 한류 콘텐츠와 뛰어난 디지털 문화 역량을 AI 분야에 접목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중국이 자국의 언어와 문화적 특성을 깊이 이해하는 AI를 개발한 것처럼, 한국도 K-컬처와 한국인의 정서를 이해하는 현지화된 AI 모델 개발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독특한 가치를 전달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전략 분야/ 현재 상황/ 제안 방향/ 기대 효과
오픈소스 생태계/ 초기 단계/ 중국 오픈소스 참조, 한국형 생태계 구축/ 기술 의존도 탈피, 자체 역량 강화
실용적 적용/ 기술 추격 위주/ 산업별 특화 AI, 효율성 중심 접근/ 산업 경쟁력 제고, 신시장 창출
문화적 활용/ 미흡/ 한류 콘텐츠와 결합, 문화적 AI 개발/ 문화 강점 사업화, 글로벌 차별화
정책 지원/ 산발적 지원/ 집중적 육성, 스타트업 지원 확대/ 혁신 생태계 조기 성숙
5. 맺으며, 한국형 AI 발전 모델의 모색
미국의 규제가 중국의 AI 기술 굴기라는 반작용을 낳은 것처럼, 글로벌 AI 기술 패권 경쟁은 이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현재 미국이 엔비디아와 빅테크 기업을 기반으로 압도적인 기술, 서비스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결핍의 역설'로 자생력을 키우고 있는 중국의 AI 생태계는 그 최종 승자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국은 중국의 오픈소스 전략에서 배워야 할 교훈을 찾아야 하지만, 단순히 모방하는 것을 넘어 한국만의 독자적인 길을 모색해야할 때가 되었다. 중국의 가성비 높은 AI 오픈소스를 활용하되, 한국의 강점인 문화 콘텐츠, ICT 인프라, 제조업 역량과 결합하여 새로운 서비스 영역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날로 거세지는 지금, 한국은 연구·개발(R&D) 시스템을 혁신하고, 연구자 중심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며 AI 시대에 맞는 국가적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기술적 완벽성보다는 실용성과 효율성, 그리고 문화적 정착을 통해 한국만의 AI 발전 모델을 만들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필자 소개: 김호광 대표는 블록체인 시장에 2017년부터 참여했다. 나이키 'Run the city'의 보안을 담당했으며, 현재 여러 모바일게임과 게임 포털에서 보안과 레거시 시스템에 대한 클라우드 전환에 대한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관심사는 사회적 해킹과 머신러닝, 클라우드 등이다.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