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SDI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라인 구축에 착수했다. 내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다음 달부터 장비 반입에 나선다. 삼성SDI가 LFP 생산라인을 갖추는 건 처음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울산사업장에 10월부터 LFP 배터리 제조 설비를 들일 계획이다. 회사는 이곳에 파일럿(시험생산) 라인보다 규모가 큰 '마더라인'을 만들기로 했다.
마더라인은 시험 생산은 물론 양산성 검증까지 모두 할 수 있는 공장을 뜻한다. 양산 시스템이 갖춰지고, 향후 증설 등 설비 투자도 마더라인을 중심으로 이뤄져 대량 생산 기지에 가깝다.
삼성SDI 설비 구축에 관심이 쏠리는 건 회사가 LFP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게 처음이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그동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를 주원료로 하는 삼원계 배터리에 집중해왔다.
LFP 배터리는 중국 기업이 강세를 보이던 제품이다. 에너지밀도는 삼원계보다 떨어지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화재 위험도 낮아 전기자동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 수요가 늘었다.
이 같은 시장 변화에 삼성SDI는 LFP 배터리를 만들기로 하고, 지난해 9월부터 울산사업장 내 부지를 확보하고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삼성SDI는 초기 양산 규격도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는 당초 직결형 구조를 검토하다가 최종 절곡형으로 구조를 변경하고, 배터리 사이즈도 업계 최대 크기 대형 셀에서 기존 각형 배터리와 유사한 작은 크기로 바꾼 것으로 안다”면서 “마더라인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검증할 수 있도록 장비 설계도 유연하게 진행했다”고 말했다.
생산성과 사업성 검증이 끝나면 추가 라인 투자에 착수할 전망이다. 회사는 특히 전력망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미국에 ESS용 LFP 배터리 양산라인을 구축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026년 내 LFP 배터리 양산 및 글로벌 프로젝트 공급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며 “먼저 국내 마더라인에서 검증과 초기 양산을 마친 후 LFP 제품 기반 해외 거점 진출도 함께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