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기연구원(KERI·원장 김남균) 전기물리연구센터 장성록 박사팀이 반도체 초정밀 공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바이어스용 맞춤형 펄스 전원(Tailored Pulse Power modulator for bias)' 기술을 개발했다.
바이어스 장치는 플라즈마 내부 이온이 반도체 웨이퍼에 세게 충돌할 수 있도록 끌어당기는 힘(전압)을 주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표면을 깎고(식각), 오염물을 씻고(세정), 얇은 박막을 균일하고 단단하게 눌러주는(증착) 공정을 수행한다.
현재 산업계에서는 바이어스 전압을 인가하기 위해 고주파(RF) 전원을 주로 활용하는데 파형이 단순히 위아래로만 계속 바뀌다 보니 미세 공정에서 정밀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펄스 전원은 오랜 시간 낮은 전력으로 에너지를 충전한 후 높은 전력으로 순간 방전하는 기술이다. 펄스 힘을 잘 조절하면 반도체 기판을 원하는 만큼 좁고 깊게 깎을 수 있어 다양한 공정에서 활용할 수 있다.
일반적인 펄스 전원 장치는 높은 전력을 순간 방전하는 과정에서 전력 손실이 크다. 특히 맞춤형 바이어스용으로는 2.5㎲(25만분의 1초)의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수 킬로볼트(㎸)에 이르는 펄스를 안정적으로 제어하면서 초당 40만 번(400㎑)의 높은 주파수로 전력을 방전해야 한다. 세계적으로도 해당 기술을 상용화한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기술력을 요구한다.
장성록 박사팀은 펄스를 내보낼 때 발생하는 전력 손실을 줄이기 위해 '소프트 스위칭'이라는 기법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이 기술은 스위치 전압이나 전류가 0에 가까운 지점에서 스위칭할 수 있게 고안돼 소자가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전력 손실을 78% 이상 낮춘다. 이는 발열 문제 해결로 이어져 전원 장치 규모 축소와 전력 밀도 상승, 수명 증가에도 기여한다.
연구팀은 더 나아가 세밀한 공정을 가능하게 하는 '경사형' 방식과 반도체 공정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모양을 구현하는 '계단형' 방식 2가지를 모두 보유한 맞춤형 펄스 전원 기술을 선보이며 활용폭도 넓혔다. 반도체는 물론 환경, 국방, 의료 등 펄스 전원이 필요한 산업에 적용 가능한 수준이다.
KER는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플라즈마장비지능화 융합연구단과 협력해 반도체 공정이 진행되는 챔버에서 실증을 거쳤고 맞춤형 펄스 전원이 갖는 독특한 파형을 관측하며 기술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향후 한국기계연구원,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과 공동 연구를 통해 실제 식각 및 세정 장비에 맞춤형 펄스 전원을 적용해 기술 상용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다.
장 박사는 “맞춤형 펄스 전원을 이용한 공정 혁신은 반도체의 성능을 크게 높이고 우리가 사용하는 전자기기를 더욱 작고 빠르고 오래 가도록 만들 수 있다”며 “펄스 전원이 없어서 차세대 공정으로의 진입이 어려운 기업에게 우리의 기술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노동균 기자 defros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