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시대에 인문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현실은 정반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육개발원(KEDI) '2025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전체 대학 교원 수는 24만624명으로 지난해보다 3600여 명 늘었지만 전임교원은 8만6701명으로 617명 줄었다. 반면 비전임교원은 4261명 증가한 15만3923명으로, 전체적으로 비전임교원이 전임교원보다 약 1.7배 많은 구조다.
특히 인문·예체능 계열에서 격차가 크다. 인문계열은 전임교원 9728명, 비전임 2만2028명으로 2배 이상 차이가 나고, 예체능 계열은 전임 7246명, 비전임 2만8603명으로 4배 가까운 격차를 보였다.
반면 이공계는 상대적으로 균형을 유지한다. 공학계열은 전임 1만9699명, 비전임 2만3226명, 자연계열은 전임 9551명, 비전임 1만2339명으로 전임·비전임 격차가 상대적으로 작다.
대학 교원의 비전임 중심 구조에서는 장기 연구 프로젝트나 후속 세대 양성이 사실상 어렵다. 전임 자리를 얻지 못한 비전임교원들은 대학을 떠나 산업계로 진출하거나 연구 대신 강의만 맡는 경우가 많다. 남은 강사들도 계약 조건과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처우로 연구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기 어렵다.
김지하 KEDI 고등교육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비전임 교원은 계약 단위로 움직여 장기 연구가 어렵고, 연구자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지 못하면 논문 생산도 줄어 학문 발전이 멈춘다”며 “결국 강의만 남는 구조가 되면 학생이 전공을 선택하는 경우가 줄고 학과는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책 흐름도 비슷하다. 교육부 2026년 예산안은 '국가책임 AI 인재양성' 분야 예산을 전년 147억원에서 1246억원으로 대폭 확대했고 '이공계 인재양성 지원' 분야도 1827억원에서 2090억원으로 증액됐다. '인문사회 학술지원사업'은 2025년 대비 277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융합 인재 양성의 기반이 될 인문·예체능 생태계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에듀플러스]“인문·예체능 전임 부족 심각…인문 전임 1명에 비전임 2명, 자연계는 균형”](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9/17/news-p.v1.20250917.a5b6c255c7a949a69f9f382bf5e53db9_P1.png)
김 연구원은 “이공계·AI 분야는 교수 충원도 빠르고 연구비도 넉넉해 새로운 실험과 시도가 가능하지만, 인문·예체능은 상황이 다른 것 같다” 며 “이런 구조가 고착되면 연구자 양성 경로가 끊기고 해당 분야 인재가 더 줄고 학문이 사라지는 위험과 마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미 중앙대 인공지능인문학연구소 연구윤리위원장은 “이공계가 가진 시대적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산물의 저변에 인문학적 사유의 필요성 역시 중요하다” 며 “가시적이지 못한 인문학의 특성이 국가지원, 일자리 부족 등 환경적 순환 바퀴를 어렵게 하고 있다” 고 말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AI 융합 인재 양성 전략' 보고서에는 “AI 시대 융합 인재는 기술 역량뿐 아니라 윤리적 판단,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이 필수적이며 이를 기르는 데 인문학적 소양이 핵심”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세계경제포럼(WEF) '2025 미래 일자리 보고서' 역시 향후 5년간 가장 필요한 역량으로 창의력,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을 꼽으며 “이런 역량은 인문학 교육에서 길러지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결국 첨단 기술을 다루는 융합 인재 역시 인문학적 통찰과 인간 이해를 바탕으로 한 판단력이 요구된다는 의미다.
이 위원장은 “인문학은 기술이 인간을 위한 방향인지 점검하고 AI의 사회적 영향력을 비판적으로 활용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며 “인문학 학문 분야 양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은 물론 인문학적 성찰을 반영한 AI 리터러시 교육을 모든 교육과정에 보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AI 시대에 인문학은 정책과 교육이 함께 '인간 중심 사회'라는 철학을 지켜낼 때 학문·교육·사회적 균형이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미현 기자 m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