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저탄소 산업공급망을 구축한다. 글로벌 탄소 규제가 강화되면서 그린전환(GX)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SK하이닉스, LG전자, 포스코 등 주요 기업이 '앵커(Anchor)'로 나선다.
산업통상부는 19일 서울 대한상의에서 '2026년도 산업 공급망 탄소파트너십 사업'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글로벌 통상 환경은 제품 생산 과정을 넘어 가치사슬(Value Chain) 전체의 탄소 배출량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급변하고 있다. GX가 수출 경쟁력의 척도가 된 셈이다.
8개 컨소시엄은 국내 제조업을 대표하는 8개 대기업(현대차기아, 삼성전자, HD한국조선해양, 삼성디스플레이, LG전자, HL만도, 포스코, SK하이닉스)과 이들 공급망에 연계된 31개 중소·중견 협력업체들이다. 올해 처음 시행되는 이번 사업에는 총 98억원의 정부 예산이 투입된다.
정부는 이번에 선정된 컨소시엄 내 중소기업에 최대 60%, 중견기업에는 최대 50%의 비율로 사업장 탄소 감축 설비 도입 비용을 지원한다. 온실가스 감축량과 제품 탄소발자국(PCF) 산정을 위한 전문 컨설팅 비용과 데이터의 대외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3자 검증 비용도 패키지로 지원한다. 정부 지원금은 대기업이 아닌 공급망 내 중소·중견기업에 전액 직접 지원된다.
주관기업인 대기업도 현물·현금 출자, 우대 금리를 제공하는 상생협력펀드 조성, 설비 유지·보수 및 기술 이전, 협력사 평가 우대 등 다양한 자체 지원책을 마련해 협력사를 측면 지원한다.
특히 이번 사업은 대기업과 협력사의 관계 및 업종별 공급망 특성을 고려해 총 4가지 형태의 혁신적인 상생 모델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기아차는 1차 협력기업에 탄소 감축 재원을 현금으로 지원, 1차 협력기업이 이를 다시 2차 협력기업의 감축 지원으로 환원하는 방식을 택했다. 수만개 부품이 얽혀 있고 철강·알루미늄 등 탄소 집약적 원소재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 부품 공급망 특성을 반영했다.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LG전자·HL만도·SK하이닉스는 업종 내 거래 구조상 여러 대기업에 중복으로 납품하는 협력사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 한 기업의 감축 성과가 업종별 공급망 전반으로 자연스럽게 동시 확산하도록 계획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외부 전문기관과 연계해 협력기업의 감축 설비 운영 및 유지·보수 비용을 지원한다. 대신 여기서 발생하는 협력업체의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외부 감축 사업으로 전환·등록해 탄소 크레딧을 발급받아 재투자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중소·중견 고객사의 공정 효율 개선과 탈탄소화를 돕기 위해 자체 전문 인력과 기술을 전폭 지원하는 가치사슬 확장형 모델을 택했다.
정부는 참여 기업들이 연간 약 2만톤 규모 온실가스를 직접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통해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물론, 과학기반 감축목표(SBTi) 이행 조건도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민우 산업부 산업정책관은 “모두가 상생 성장할 수 있는 그린 전환의 성공 모델을 전국 공급망으로 발굴·확산해 나가겠다”고 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