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이 전 세계 대학 교육 혁신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고 있지만, 한국 대학에서는 교수·학생 개인의 단발적 활용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수와 학생이 강의 준비나 과제 작성에 챗GPT 등 AI 서비스를 활용하는 사례는 늘고 있지만, 대학 차원에서 통합 AI 플랫폼을 구축하는 일은 여전히 시도조차 쉽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가장 큰 이유는 재정 부담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챗GPT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대학 본부 차원에서 학생, 교직원, 교수 등 모두가 활용하는 AI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서버 관리·유지나 보안 데이터 인프라 구축, 보수 및 인력비 등 고려해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안현수 한국GPT협회 이사는 “AI 모델 학습과 운영에는 GPU 기반 연산 자원, 데이터 저장소 등 지속적 업데이트 비용이 요구된다”며 “이는 개별 단과대나 연구소 차원이 아니라 대학 본부 차원에서 장기적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AI 지원 예산이 늘고 있지만 체감 효과는 미미하다. 지원 대상은 일부 대학으로 한정되고, 내용도 무료 제공 수준에 머문다. 서울의 한 사립대는 소프트웨어(SW)중심대학 사업을 통해 교직원과 재직자에게 챗GPT를 무료로 쓰게 하고 있지만, 용량이 제한적이고 사업이 언제 중단될지 알 수 없다.
이 대학 관계자는 “전교생이 AI 활용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취지에서 지원했지만, 사업이 종료되면 무료 제공은 중단될 수 있다”며 “보안이 안정적인 국내 퍼블릭 AI 모델도 없어 대학 차원의 데이터 연동이나 맞춤형 AI 구축으로까지 나아가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에듀플러스]“전교생이 사용하는 '대학형 GPT'? 한국은 아직 꿈같은 얘기”](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9/24/news-p.v1.20250924.30b177a4557f4a7c91ee619991f165e2_P1.png)
AI 기술과 인력 부족도 걸림돌이다. 대다수 대학에는 자체적으로 AI 모델을 관리·운영할 인프라가 없고, 보안·개인정보 보호 전문가 확보도 쉽지 않다.
안 이사는 “대학에서 AI를 운영하려면 AI 전문가, 보안·데이터 전문가, 유지보수 인력이 필요하다”며 “국내 대학도 정보기술처 같은 전담 조직을 중심으로 서비스 기획·운영·윤리 검증까지 맡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일부 대학은 'AI 캠퍼스' 전환을 실험 중이다. 미국 듀크대는 지난 학기부터 학부생 전원을 대상으로 자체 관리형 AI 서비스 '듀크GPT'를 시범 운영해 무료로 제공한다. 이는 대학이 직접 AI 운영 주체가 돼 통합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듀크GPT는 대학이 데이터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를 고려한 전용 게이트웨이를 설계하고 연구 데이터와 연동할 수 있게 했다. 일부 교수자는 강의계획서에 AI 활용 방침을 반영하고, 평가 방식도 조정한다. 'AI 남용 방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학문적·사회적 신뢰를 높이려는 절차도 병행한다.
안 이사는 “듀크GPT 사례는 한국 대학에도 큰 시사점을 준다”며 “대학이 자체 AI 시스템을 운영하면 교육 설계·평가 자동화, 연구 효율화, 학생 상담과 행정 문서 처리 등 전반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AI를 대학의 핵심 인프라로 본다면, 이는 대학 경쟁력이자 미래 전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미현 기자 m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