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창업 생태계의 씨앗을 뿌려온 초기투자 산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창업기획자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 분절된 업계를 통합해 단일 대표 기구로 자리잡은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가 다시금 재도약을 예고했다. 협회는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의 1년 연임을 의결하며, 벤처투자촉진법 개정과 글로벌 확장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나아가게 됐다.
◇ 창업기획자 제도화에서 출발한 10년
대한민국 창업투자사의 새로운 장은 10여년 전으로 돌아간다. 지난 2016년 '창업기획자법(액셀러레이터법)' 통과에서 시작됐다. 스타트업 초기 단계의 자금과 육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이 법은 2017년부터 본격 시행되며, 창업기획자 제도의 출발점을 열었다.
같은 해 등록한 29개 창업기획자들은 '창업기획자 1호'라는 자부심을 갖고, 벤처투자의 사각지대였던 창업 초기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척했다. 이 흐름 속에서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KAA)가 설립됐으며, 부산에서 출발해 2019년 대전으로 본부를 옮기며 전국 활동의 기반을 마련했다.
2020년에는 한국초기투자기관협회(KESIA)가 출범해, TIPS 운영사와 초기 전문 투자사들을 중심으로 서울을 거점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결과적으로 두 협회는 '씨앗 단계 투자자의 권익과 위상 강화'라는 같은 목표를 두고 성장 궤도를 밟게 됐다.
◇통합과 재편…대표 기구로 도약
2020년대 초반은 양 협회 모두 성장과 정체성을 확립한 시기였다. KAA는 창업기획자 전문인력 인증 법정교육을 도입하며 업계 전문성을 제도적으로 끌어올렸다. 정부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도 자체 사업을 기획하고, 벤처투자촉진법 제정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제도 기반을 다졌다.
한편 KESIA는 프리팁스 사업 수주, 미디어 협업 교육, 후속투자 연결 네트워크를 통해 '실질적 투자 협력 단체'로 자리매김했다. 이 시기를 거치며 초기투자 업계는 소수 대형 VC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AC와 초기 VC가 창업 생태계의 씨앗 단계를 책임지는 핵심 축으로 부각됐다.
2024년 전화성 회장 취임 이후 두 협회가 통합되며, 업계는 명실상부한 단일 대표 기구를 갖추게 됐다. 협회는 전국 단위 조직체계를 완성했고, 회원사도 260개사를 돌파했다. 국내에서는 서울·경기·대전·부산으로, 해외에서는 베트남·중국으로 거점을 넓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드디어 초기투자 업계를 하나로 묶는 구심점이 생겼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제도 개선 성과도 두드러진다. 창업기획자의 경영지배 목적형 투자 허용, 개인투자조합 법인 출자비율 확대, 농식품 모태펀드 AC 참여 허용 등이 현실화됐다. 또 연간 300억 원 규모의 LIPS 사업 수주를 통해 업계 지원 역량을 크게 넓혔으며, 윤리·준법 경영 선언으로 신뢰도까지 끌어올렸다.

◇ 향후 과제…투자의무 완화·글로벌 확장
이번 연임 결정 배경에는 △정부 정책 변화에 대한 안정적 대응 △투자의무비율 완화 △글로벌 협력 확대 등이 꼽혔다. 특히 투자의무비율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완화하는 문제는 기술집약형 스타트업의 성장 주기와 직결되는 만큼, 현 회장의 정책 추진력이 필수적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전화성 회장은 “협회의 연속성과 책임성을 바탕으로 제도 개선을 완수하고,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며 “투자의무비율 완화는 창업기업과 투자기관 모두의 지속 성장을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협회는 향후 △벤처투자촉진법 개정을 통한 투자의무 완화 △회원사 글로벌 진출 지원 확대 △투자윤리·준법경영 정착 △정부·지자체와 연계한 지역 균형 생태계 조성 등을 중점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다.
창업 초기시장의 공백을 메우고 한국형 초기투자 모델을 세계로 확산시키겠다는 포부다. 전화성 회장은 “초기투자 업계가 대한민국 창업생태계의 새로운 50년을 여는 주역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