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합으로 적발되는 경우 과징금이 최대 100억원으로 상향된다. 본사가 대리점의 경영에 부당하게 간섭할 때 부과되는 과징금 한도도 현재의 10배인 50억원으로 늘어난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30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2차 경제형벌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합리화 방안에는 처벌로는 제재 효과가 없다는 문제 의식이 반영됐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부처별 업무보고에서 공정거래위원회에 “과징금을 대대적으로 부과하고 인력도 투입해 (불공정행위는) 다 걸린다는 생각이 들게 해야 한다”며 엄단을 주문한 바 다.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도 “처벌은 제재 효과가 없다. 그 사람들은 처벌이 두렵지 않은 것”이라며 쿠팡 사태를 언급하기도 했다.
정부는 불공정거래를 형벌로 제재하는 것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과징금을 대폭 올리기로 했다.
예를 들어 공급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대리점의 거래 정보를 요구하는 등 부당하게 간섭하는 경우 현재는 징역 2년의 형벌에 처하도록 돼 있다. 앞으로는 시정명령을 한 후 이행하지 않으면 형벌과 더불어 10배 증가한 5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한다.
납품업자가 타사와 거래하는 것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경우도 시정명령 뒤 미이행 하는 경우 형벌과 과징금을 부과하며, 과징금 액수도 50억으로 올리도록 했다.
하도급 업체에 대금을 주지 않는 경우의 과징금도 지금의 2.5배에 해당하는 50억을 부과한다.
담합 과징금도 상향한다. 가격이나 생산량을 담합해 경쟁을 제한하는 경우 현재 최대 40억원인 정액 과징금 한도를 100억원으로 올린다. 정률 과징금 기준도 매출액의 20%에서 30%로 상향한다. 시장 지배력이 있는 사업자가 부당하게 가격을 결정하는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과징금도 '매출액의 6% 혹은 20억원'에서 '20% 또는 100억원'으로 강화한다.
광고로 소비자를 교묘하게 속이는 행위를 제재하는 표시광고법이나 전자상거래법 위반 과징금도 관련매출액의 10% 또는 50억원으로 현실화했다.
지주회사 및 대기업집단 관련 탈법 행위,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규정 위반, 지주회사 설립 제한 규정 위반 등에도 과징금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동통신사 등이 위치정보 유출 방지 노력을 하지 않는 경우 형벌을 폐지하는 대신 과징금을 강화한다. 현재는 1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지만 형벌을 폐지하는 대신 과징금 한도를 20억원으로 올린다.
사업자의 고의가 아니거나 단순 행정 의무 위반은 형벌을 완화하고 과태료로 전환한다. 자동차제작자가 온실가스 배출허용기준 준수 여부 확인 서류를 기한 내 제출하지 않은 경우 벌금 300만원을 과태료 300만원으로 전환한다. 상호에 '금융투자', '증권' 등 유사 명칭을 사용한 경우도 징역 1년의 형벌 대신 3000만원의 과태료 부과로 바꾼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형벌 중심의 관행에서 벗어나 대폭 상향된 과징금을 통해 기업 위법행위를 실효적으로 억제하겠다”며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기 위해 서류 미보관이나 인력 현황 변경 신고 등 경미한 위반은 형벌 규정을 과감히 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당정 협의에서 배임죄 관련 사안은 다뤄지지 않았다. 권칠승 경제형벌·민사책임 합리화 TF단장은 “법무부를 중심으로 대체 입법안을 마련 중이며 준비가 되는 대로 별도로 설명드리겠다”고 말했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