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75%, 배달 수수료 상한제 반대…해외 연구도 '상한제 역효과' 증명

한국상품학회는 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정한 유통생태계를 위한 플랫폼 정책 방향 세미나'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이성희 호서대 교수, 김태완 건국대 교수,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한국상품학회장), 한상린 한양대 교수,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본부장, 이유석 동국대 교수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한국상품학회는 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정한 유통생태계를 위한 플랫폼 정책 방향 세미나'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이성희 호서대 교수, 김태완 건국대 교수,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한국상품학회장), 한상린 한양대 교수,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본부장, 이유석 동국대 교수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배달 수수료 상한제 시행에 대해 일반 소비자 75%가 혜택 감소를 우려해 반대 입장을 보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미 해외 연구를 통해 수수료 상한제의 역효과가 증명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소비자 조사에서도 이 같은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수수료 상한제가 장기적으로는 배달 생태계를 훼손하는 악영향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상품학회가 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공정한 유통생태계를 위한 플랫폼 정책 방향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배달 수수료 상한제에 대한 소비자 인식 결과와 미국의 배달 수수료 상한제 효과 연구에 대해 발표했다.

먼저 이성희 호서대 교수는 이날 '배달비에 대한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다수 소비자가 배달 수수료 상한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전했다고 밝혔다. 해당 조사는 한국상품학회가 지난달 8일에서 12일까지 1027명을 대상으로 수행했다. 표본오차는 ±3.1%포인트(p)다.

조사 결과 약 75%의 응답자는 무료배달이 없어지거나 배달비가 높아지는 등 소비자 혜택이 줄어드는 것을 고려하면 수수료 상한제 도입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상한제로 음식점 이익이 증가하더라도 소비자에게 주는 혜택을 늘릴 것이라고 예상한 경우는 응답자의 26% 정도에 불과하다.

또 86%의 응답자는 배달 주문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52%는 음식점이 아닌 집에서 만들어먹거나 간편식과 같은 다른 소비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한 달 평균 배달 횟수는 5.35회 대비 2.11회로 60%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이 교수는 “소비자들이 수수료 상한제 도입 이후에 소비자가 증가하는 배달 비용 그리고 무료배달 서비스 중단 등 본인한테 직접적으로 영향이 오는 부분을 중요하게 봤다”면서 “배달원 이익 감소나 음식장의 이익 감소 같은 부분은 중요성이 떨어지고 사회적인 영향도 크게 미치지 않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김태완 건국대 교수는 이날 '수수료 상한제의 득과실'을 주제로 발제하면서 배달 수수료 상한제 관련 사례를 연구한 해외 논문을 인용했다.

김 교수는 먼저 위스콘신대의 저우신 리(Zhuoxin Li), 델라웨어대의 강 왕(Gang Wang)이 지난해 승인받은 '강력한 플랫폼 규제: 수수료 상한제의 증거'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해당 연구는 도어대시, 그럽허브, 우버이츠 등 미국 배달 플랫폼 3사와 식당을 대상으로 배달 수수료 상한제가 고객 수요와 식당 수입에 영향이 주는지를 분석했다. 배달 수수료 상한제가 시행된 미국의 14개 도시 데이터를 사용했다.

연구결과 수수료 상한제 규제 후 소비자에게 부과되는 배달 수수료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 시간도 소폭 증가했다. 배달 플랫폼들은 추천 알고리즘 등에서 독립 점포를 덜 노출시키거나 비규제 도시의 식당을 추천하는 비율을 늘리기도 했다. 그 결과 상한제 규제 도시에서 '독립 식당(Independent Restaurants)'의 주문 수와 순매출은 감소하고, '체인 식당(Chain Restaurants)'은 주문·매출이 증가하는 역설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배달 수수료 상한제가 독립 식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며, 소비자도 더 높은 배달 비용과 긴 배달 시간을 감수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수수료 상한을 설정하는 것보다는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 노출 등 반응 전략을 예측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웨스턴온타리오대의 마이클 설리번(Michael Sullivan)은 배달 수수료 가격 통제가 전체 배달 플랫폼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다. 미국의 배달 플랫폼을 대상으로 구조적 모델을 추정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연구 결과, 배달 수수료 상한제가 식당들의 수익을 증가시킬 수 있지만 상한제 시행 시 소비자 수수료가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소비자 주문량이 감소하고, 플랫폼이 수수료 상한제로 인한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배달 수수료 상한제 취지가 좋더라도 소비자와 전체 사회 복지 측면에서 부정적인 효과가 날 수 있다”면서 “규제를 설계할 때 플랫폼의 전략적인 대응까지도 미리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