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CON 광주 2025] “AI는 게임 체인저, AI 도구를 잘 활용하는 나라가 승자”

김진형 교수 “AI 야기 부작용 해소…글로벌 리더십 발휘해야”
유영진 교수 “AI, 끊임없이 성장하는 동태적 생태계로 인식해야”
15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AI 컨퍼런스(AICON) 광주 2025' 개막식에 참석한 주요 내빈들이 기념 세러머니를 하고 있다.
15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AI 컨퍼런스(AICON) 광주 2025' 개막식에 참석한 주요 내빈들이 기념 세러머니를 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전문가들은 한국이 AI 3대 강국이자 '모두의 AI'를 실현하려면 AI가 야기하는 사회 문제를 산업으로 해결하고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AI 활용을 차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복합적 생태계 구조인 AI에 대해서도 기술중심적 사고를 넘어 생태계적 사고로로 전환할 필요성도 제시했다.

광주시와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AICA)이 15~16일 이틀간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하는 '글로벌 AI 컨퍼런스(AICON) 광주 2025'에 기조강연자로 참여한 김진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부 명예교수와 유영진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과 중국 등 AI 선진국에 뒤처진 우리나라 현실을 직시하고 한국 AI만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잘하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발굴,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로 5회째인 AICON 광주 2025는 산업·도시·시민 생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AI 전환(AX)의 물결'이 광주에서 시작된다는 의미를 담은 'The AX Wave, Gwangju'라는 주제로 열렸다.

컨퍼런스를 주최한 광주시와 AICA는 시민의 일상과 산업 분야를 포함한 도시 전반에 AI가 스며드는 촉매제가 될 뿐만 아니라 '모두의 AI' 실현과 'AI 대표도시 광주의 위상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김진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부 명예교수.
김진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부 명예교수.

첫날인 15일 '한국의 AI 현실과 바람직한 대응'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한 김진형 명예교수는 생성형 AI 시대 도래 배경과 AI 트렌드를 조망하고 거대언어모델(LLM)의 능력과 한계를 지적했다. 김 명예교수는 제17대 인천재능대 총장, 중앙대 소프트웨어대학 석좌교수, 인공지능연구원(AIRI) 원장,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초대 소장, KAIST 인공지능연구센터 소장 등을 역임했다.

김 명예교수는 “LLM의 환각(할루시네이션)은 사실이 아니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자신감 있게 생성하는 현상”이라며 “실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학습한 데이터의 확률적 패턴에 따라 응답을 생성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데이터 편향성과 학습 과정의 불완전성이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오판, 사회적 혼란, AI에 대한 지나친 신뢰 등 현실 세계의 안전에 심각하게 위협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덧붙였다.

김 명예교수는 “단순히 더 큰 LLM 모델과 데이터, 훈련, 계산이 환각에 대한 해결책이라는 생각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며 “결국 AI 활용의 성패는 그 도구를 얼마나 현명하게 쓰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AI는 '양날의 칼'로 치명적 위협 요소를 지니고 있다고 진단한 김 명예교수는 AI가 일으키는 위협으로 △인간의 판단력·비판력 약화 우려(인간의 숙련과 지식이 빠르게 대체됨) △학습과 창작의 의미 자체가 흔들림 △무비판적 자동화로 인한 편향 △책임 회피 △일자리 구조의 근본적 재편 △AI 도구 사용 능력에 따른 부의 양극화 심화 △빠른 기술 진보에 비해 미흡한 사회적 대비 등을 꼽았다.

김 명예교수는 “AI는 군사, 경제, 문화 전반의 인프라이자 게임 체인저로 AI 기술력은 국가의 종합적인 국력을 상징하는 지표”라며 “AI라는 도구를 잘 활용하는 나라가 승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이 잘 할 수 있는 AI 응용산업 영역으로 제조·방위산업, 의료 및 바이오헬스, 콘텐츠, 교육, 금융서비스, 공공행정 및 스마트 시티 등을 제시했다. 그는 “정부는 규제 해소와 데이터 공동 활용 촉진, 긴 호흡으로 인력 양성, 기업 경쟁 촉진과 함께 교육과 공공행정 분야에서 시장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AI가 야기하는 사회 문제 해결에도 선도적으로 노력하고 사람 중심·도덕성 기반의 착한 AI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유영진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 경영학과 교수.
유영진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 경영학과 교수.

이어 '생태계로서의 AI:기술적·사회적 프론티어의 재구성'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한 유영진 LSE 교수는 AI를 구성하는 보이지 않는 구조와 관계망을 드러냄으로써 기술 중심적 사고를 넘어선 생태계적 사고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제시했다.

유 교수는 디지털 혁신 분야 세계적인 석학으로 디지털 혁신 개념의 창시자로 평가받으며, '디지털 이노베이션'이라는 용어를 학문적으로 최초로 정립했다. 템플대학교에서 도시 혁신분야 연구소인 '어번 앱스 앤 맵스 스튜디오스'를,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교에서는 디지털 전략 전문 연구소인 '엑스랩'을 설립했다. 2010년 발표한 디지털 혁신과 계층적 모듈 아키텍처에 관한 논문은 무료 학술 검색 엔진인 구글 스칼라 기준 해당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AI는 종종 하나의 독립된 기술로 이해되며, 최신의 기초 모델이나 특화된 AI 반도체와 같은 개별적 기술 발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시각은 AI의 실질적 성격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 “AI는 단일한 기술이 아니라 방대한 규모의 보이지 않는 기술·사회적 인프라 위에 구축된 복합적 생태계”라며 “개별 모델의 성능 향상이나 연산 능력의 확장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질문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AI를 끊임없이 성장하고 복잡하며,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동태적 생태계로 인식할 때 기술 발전의 다음 국면을 어디서 정의하고 포착할 것인지에 대한 관점 전환의 필요성이 생긴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AI를 모델 중심에서 생태계 중심으로의 전환하고 테크노 이상주의 이후의 공간적 분포, 국가 간 권력구조 재편, 데이터·알고리즘·인프라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가치 창출 메커니즘과 그에 대한 함의 이해 등 AI의 디지털 경제학 사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