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2028 대입 대전환]②통합형 수능이 바꾼 공부법 “정답보다 사고력이 합격 가른다”](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0/30/news-p.v1.20251030.404b1f12cfab4bcaa1cf4f58dcadaf6b_P1.png)
2028년도부터 문·이과 통합 수능이 도입되면서, '사고력'이 교육 현장에서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정답을 빠르게 찾는 시험에서 지식을 실제 맥락 속에서 적용해 설명하는 '생각의 힘'이 교육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객관식 중심의 평가 구조에서 사고력 평가가 가능하냐는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사고력은 입시로 구현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교실 안 수업과 일상의 대화에서 키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통합형 수능, 사고력 평가 가능할까
통합형 수능에서는 한 과목의 개념을 다른 영역에 적용하는 문제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김병진 이투스에듀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통합형 수능에서는 개별 교과 개념을 다른 영역에 연결해 적용하는 복합적 사고를 요구하는 문항 구성이 가능해졌다”고 분석한다.
그는 “통합사회·통합과학처럼 여러 교과가 통합된 과목에서는 특정 교과의 지식에만 의존하지 않고, 여러 교과 개념을 엮어 새로운 상황을 제시할 수 있다”며 “학생이 각 과목의 개념을 단편적으로 아는 데 그치지 않고, 상황에 맞게 재구성하고 설명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2028학년도 예시 문항을 살펴보면, 예상했던 수준의 고난도 융합형 문제는 아직 제한적이었다는 해석도 있다. 김 소장은 “통합 수능의 지향점은 복합 사고지만, 실제 예시 문항에서는 교과 간 개념을 깊이 있게 엮은 문제는 드물었다”며 “결국 핵심은 기존 교과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새로운 맥락에서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것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통합형 수능이 사고력 평가를 강화했다지만, 입시 전문가들은 한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한다. 객관식 문항 구조와 시간 제약이 있는 수능만으로는 사고력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장은 “1분 안에 푸는 객관식 문제로 사고력을 측정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면서 “보기(선택지)가 있는 시험에서는 사고력보다는 정답을 빠르게 고르는 능력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수능에 서술형이 도입하지 않는 이상, 사고력은 학교 수업과 수행평가에서 길러지고 검증돼야 한다”면서 “교과 평가와 수능 평가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8 대입 개편이 엇박자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은 학생이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융합 과목을 통해 사고의 폭을 넓히는 것이지만, 수능은 공통 과목 중심으로 통합해 학생의 선택권을 좁혔기 때문이다.
두 전문가는 공통적으로 “수능은 기본적인 지식수준을 확인하는 역할에 그쳐야 하며, 사고력 평가는 대학 논술이나 학교 탐구 활동을 통해 구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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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력은 교실 안 질문과 탐구에서 키워져”
실제로 사고력 중심 수업을 도입하는 학교도 늘고 있다. 노희진 인천시교육청 장학사는 “사고력은 교실 안의 작은 질문들과 탐구 속에서 자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업 시간에 개념을 외우는 것보다 실생활의 현상을 개념에 근거해 설명하도록 지도한다. 예를 들어, 과학 시간에 '에너지 보존 법칙'을 배운다면 '브레이크를 밟으면 왜 속도가 줄까?', '운동 에너지가 어디로 전환될까?' 같은 질문을 한다.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배운 개념을 자신의 언어로 설명하면서 지식과 현상을 연결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노 장학사는 학생들이 개념과 원인·결과를 화살표로 연결해 사고 과정을 시각화하는 '사고 매핑' 수업을 소개했다. 그는 중학교 과학 '운동의 법칙' 단원에서 에어로켓을 만들며 페트병의 크기나 재질에 따라 이동 거리 변화를 실험하게 했다. 노 장학사는 “에어로켓이 왜 다르게 날아가는지를 스스로 설명하는 과정이 사고력의 핵심”이라며 “교과서 밖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그 순간, 사고력은 확장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사고력을 중시하면서 단순 암기식 교육을 전면 부정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사고력이 무(無)에서 유(有)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의미를 찾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 소장은 “암기가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고력의 출발점이 된다”면서 “구구단을 외우지 않고 응용문제를 풀 수 없듯, 기본 개념을 충분히 숙지해야 응용과 융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사고력 중심 평가가 강화되면, 교과 세부능력특기사항(세특)과 면접 방식에서도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진 원장은 “최근 일부 대학이 탐구형·사고력 중심 면접을 도입하면서 학생이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면서 “면접 대비를 위한 별도 훈련이 아니라 평소 수업 속에서 융합적 사고를 키우는 경험이 생활기록부에 자연스럽게 드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사고력을 키우려면, 일상에서 '왜?'라는 질문에 익숙해져야 한다. 어릴 때부터 어떤 현상이나 지식에 대해 '왜 그런가'를 묻고. 답을 스스로 찾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통해 지적 호기심이 자라고, 그 호기심을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력이 생긴다.
학교 현장에서 말하는 '탐구력'도 같은 맥락이다. 탐구 보고서의 내용 자체보다 스스로 궁금증을 가지고 조사해 과정을 거쳐 결과를 만들어내는 태도가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저학년일수록 선행학습보다는 궁금해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김 소장은 “선행을 많이 할수록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지기 때문에,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