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글로컬대학을 찾아서]⑭최도성 한동대 총장 “AI시대, 대학은 사람 길러야”…한동대 'HI교육'으로 세계를 잇다”

최도성 한동대 총장은 글로컬대학30에 단독 지원한 배경에 대해  “설립 초기부터 이어온 독자적 교육 철학과 운영 경험에 대한 확신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사진=한동대)
최도성 한동대 총장은 글로컬대학30에 단독 지원한 배경에 대해 “설립 초기부터 이어온 독자적 교육 철학과 운영 경험에 대한 확신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사진=한동대)

'글로컬대학을 찾아서' 14번째 기사는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가 대담으로 진행했다. 무늬만 글로벌이 아닌 진짜 글로벌 대학을 지향하는 한동대. 최도성 한동대 총장을 만나 글로컬대학으로서 강점과 앞으로의 이야기를 들었다. 전인교육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시대에 적합한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최 총장의 포부가 느껴진다.

최초 무전공 학과 제도 시행, 전교생 기숙사 생활, 개교 이래 입학정원 730명 유지. '강소 대학'을 표방하는 한동대는 작지만, 실험적인 대학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글로컬대학30 선정을 위해 지역의 중소 대학은 통합과 연합 등 다양한 합종연횡을 선택했지만, 한동대는 대학의 특성화를 내세우며 단독 모델을 고수했다.

최 총장은 “설립 초기부터 이어온 독자적 교육 철학과 운영 경험에 대한 확신에서 비롯했다”고 강조했다. 그의 목소리에서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제도화한 혁신모델을 통해 현재 여러 대학이 내세우는 혁신 과제를 일찍이 실천해왔다는 자부심이 엿보였다.

대담=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글로컬대학 참여를 위해 계획한 혁신은.

▲한동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혁신은 'AI 시대 전인적 역량을 갖춘 글로벌 HI인재양성 교육모델 실현'이다. AI시대는 대학 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요구하고 있다. 한동대는 새로운 교육모델인 'HI교육'을 통해 인성과 영성을 포함한 전인지능(HI·Holistic Intelligence)을 바탕으로 AI리터러시, 학문 융합, 현장 적용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한다.

한동대는 '글로컬 HI 플랫폼'을 비전으로 설정해 HI 컬리지(전인적 지성과 융합 역량을 갖춘 학생 양성), HI 얼라이언스(국내외 대학 및 기관과의 연합을 통한 교육 혁신 확산), HI 엑셀러레이터(지역·글로벌 기업과 연계한 혁신 생태계 조성)라는 3대 축을 중심으로 교육·연구·산학협력을 통합적으로 추진 중이다. 모든 학생이 국내외 지역 문제해결 프로젝트를 경험하며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실천형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이는 단순한 강의 전달을 넘어 학문과 사회,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는 한동대만의 교육 혁신을 구현하는 것이다.

-글로벌 HI 플랫폼은.

▲글로벌 HI 플랫폼은 'AI 시대에 대학은 지식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사람을 성장시키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철학을 실천하기 위한 새로운 고등교육 모델이다. AI가 인간의 역할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시대에, 인간만이 가진 HI 즉, 도덕지능·융복합지능·디지털지능·공헌지능을 길러야 한다. 한동대는 이를 위해 교육의 형태 자체를 '플랫폼'으로 구성한다.

HI 컬리지(전인지능대학)는 전공의 경계를 넘어 학생 스스로 학습 경로를 설계할 수 있는 융합형 학사 구조다. 이곳에서는 전공지식과 인성과 사고력, 공동체적 책임감을 함께 배운다. HI 얼라이언스(글로벌 HI 연합체)는 전 세계 70여 개 대학이 참여하는 국제 협력 네트워크다. 미네르바대, 애리조나주립대, 휘튼칼리지, 바이올라대, 캘빈대 등과 함께 각 대학의 커리큘럼과 교육철학을 공유하며, 기술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교육운동(Movement)을 확산한다. HOPE(Handong Open Platform for Engagement) 플랫폼은 시공간의 제약 없이 누구나 한동의 HI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든 디지털 오픈 플랫폼이다.

-다른 대학과의 차별점은.

▲혼자만의 혁신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역소멸 위기에 직면한 중소형 지역사립대와 맞춤형 노하우를 공유하며 동반 성장을 지향한다. 한동대는 공헌과 나눔을 실천하는 인재 양성에 중점을 두고 지역사회와의 동반 성장을 추구하는 독특한 교육모델을 운영한다. 특히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지역혁신학기제'가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은 포항시 등 환동해 지역의 현안을 발굴하고, 현장 중심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지역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지역 발전에 기여한다.

무전공 입학, 복수전공·자율설계전공, 글로벌공헌 노하우를 국내 대학에 확산하고 있다. 해외 30개의 캠퍼스에서 HOPE 플랫폼을 통해 수업과 프로젝트를 공동 수행한다. HI교육에 국내외 대학과 기관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HI고등교육연합을 선도한다.

전 세계 30개 글로벌 익스텐션 캠퍼스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로테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현장에서 문제해결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최소 3학기 이상 글로벌로테이션 학기를 이수한 학생에게 '글로벌 인게이지먼트(Global Engagement)' 전공 학위를 수여한다. 글로벌 현장 전문가를 전임·겸임교원으로 임명해 학생들이 글로벌 공헌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결론적으로 한동대의 글로컬대학 모델은 지역에 뿌리를 두고 세계로 확산하는 대학이다.

최도성 총장과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가 대담을 나누고 있다.
최도성 총장과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가 대담을 나누고 있다.

-한동대의 무전공 제도 어려움과 성과는 무엇이고, 성공 요인은 무엇인가.

▲무전공 체제에서 특정 전공 쏠림 현상은 불가피했다. 그러나 한동대는 각 전공을 유지할만한 수준으로 운영된다. 이는 교수가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경쟁하고 노력하는 문화로 이어진다. 대학 본부 차원에서는 학생 수가 줄어든 학과 교수가 학문적 연계성이 높은 다른 과목을 가르칠 수 있도록 '이중 소속 제도'를 운영한다. 팀 제도를 통해 담임 교수와 멘토는 신입생의 전공 탐색을 돕는다. 시대적 요구에 맞춰 AI, 정보통신기술(ICT) 등의 전공을 복수전공으로 선택하게 해 제 1전공 역량을 강화하는 등의 보완책을 마련해 지속가능성을 높였다.

무전공 제도는 학생이 빠르게 변하는 사회와 산업 환경 속에서 자유롭게 진로를 탐색하고, 전공 간 융합 학문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성과를 가져왔다. 학생이 적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해 자기 주도적 성장을 가능하게 했다.

무전공 제도가 성공하려면 복수전공이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 '하고 싶은 전공'과 '해야만 하는 전공'을 다 할 수 있도록 했다. 복수전공 다음은 자유로운 전과 제도다. 한동대는 전과가 무제한 가능하다. 마지막은 입학 후 관리 시스템이다. 무전공은 흔히 소속감이 없다고 한다. 한동대는 입학 후 일주일간 팀 교수, 기숙사 코치 등이 전공 불문 25명의 학생을 그물 짜듯 촘촘히 관리한다.

-한동대의 글로벌 전략은.

▲한동대는 국내에서 가장 글로벌한 환경을 조성해 독창적인 국제화 모델을 추구해왔다. 글로벌 대학으로 한동대는 기존 대학과 완전히 다른 국제화 모델을 발전시켰다. 외국인 학생 유치, 영어 강의 확대뿐 아니라 교육과정 혁신, 국제 협력 네트워크 확장, 실무형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 질적 국제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전체 전공 개설교과목 중 약 40%를 영어로 제공한다. 특히 GM, UIL, IT, Global Convergence Studies 전공은 학생이 100% 영어로 이수할 수 있는 영어 기반 교육과정이다. UNESCO UNITWIN, UNAI 허브대학, 66개국 268개 대학과의 협정 등 글로벌 파트너십과 폭넓은 교류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글로벌 경험도 제공한다. GRP(Global Rotation Program), GEM(Global Engagement Mobilization) 등 현장 문제 해결형 특성화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역량을 키운다.

-글로벌 익스텐션 캠퍼스는 무엇인가.

▲흔히 캠퍼스를 글로벌로 확장한다고 하면 땅을 사서 건물을 세우고, 교수를 채용해 학생을 모집하는 물리적 캠퍼스를 떠올린다. 이제 그런 시기는 지났다. 캠퍼스 확장은 전 세계 어디서나 공부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 중 첫 번째는 온라인 교육이다. 한동대 학생은 글로벌 로테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에서 한 학기를 지내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5~10명이 함께 해외로 나가 현장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봉사활동, 교육활동, 비즈니스 활동 경험한다. 한동대와 익스텐션 캠퍼스 협약을 맺은 다른 학교나 한동대 출신 선교사가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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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으로 꼽은 기술이전 활성화 계획은.

▲그동안 교육과 국제화에서 한동대는 강점을 보여왔지만, 연구성과의 기술이전이나 사업화에서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최근에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체계적인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한동대 교수와 학생들의 기술사업화 역량은 이미 입증됐다. 작년 IPO에 성공한 한국형 라이다 센서를 만드는 SOS랩(기업가치 1775억원)과 개인맞춤형 마이크로바이옴 솔루션을 제공하는 에이치엠파머(1943억원)가 대표적 사례다. 글로컬대학을 통해 이러한 인재들이 지역에 정착해 일자리를 창출하며 할 수 있도록 두 축을 세웠다.

하나는 크레도센터(CREDO)로, 미래에너지·AI·DX·바이오헬스 분야 연구성과를 기업과 직접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다른 하나는 제네시스랩(GenesisLab)으로, 연구성과를 실제 사업화와 스타트업으로 이어주는 허브다. 특히 제네시스랩은 포항시와 함께 AI 이노베이션 센터(Innovation Center)를 유치해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 보육과 스케일업, 글로벌 진출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한동대는 교육 특성화뿐 아니라 '교육-연구-창업 생태계 조성'하고 지역 미래산업 혁신에 기여하는 대학이 될 것이다.

-연임 거부를 선언했다. 남은 임기 동안 할 일은.

▲한동대는 총장 선출에서 현 총장의 연임 의사를 존중해준다. 현재 끝내고 가야 할 일이 많은데 4년만 하고 떠난다면 무책임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고민도 많았다. 한동대는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했다. 지금까지 30년을 잘 성장해 왔으니 새로운 30년을 시작해야 할 타이밍이다. 앞으로 30년의 패러다임은 분명 달라질 것이다. 도약의 시기에 지난 세대의 패러다임에 익숙한 총장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보다 세대교체를 통해 새 총장이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30년을 잘 마무리하고, 남은 임기는 향후 30년 도약을 위한 재정, 인력, 제도를 정비하는 데 주력하려고 한다.

임기 안에 꼭 이루고 싶은 한 가지는 HI 플랫폼을 실질적으로 완성하고 확산하는 것이다. 대학이 다시 사람을 교육하는 본래 자리로 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모든 학생이 HI 교육을 경험할 수 있도록 HI컬리지 정식 출범도 추진 중이다. 한동의 30년이 '지식의 시대를 넘어, 지혜의 시대를 연 출발점'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최도성 한동대 총장

서울대 경영학을 전공했다. 동 대학원에서 학·석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뉴욕주립대 교수,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한동대 국제화부총장, 가천대 국제부총장 등을 지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한국증권연구원장 등을 역임했다. 2022년 2월 한동대 제7대 총장에 취임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