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의장국으로 경주에서 개최한 제32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1일 막을 내렸다. APEC 경제체는 이번 회의에서 자유무역·투자, 디지털·혁신, 포용적 성장 등을 골자로 한 '경주선언'을 채택하고, AI와 인구구조 변화 등 현안에도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APEC 정상회의 종료 이후 기자회견에서 “APEC 차원에서 함께 고민하고, 모범사례를 공유하며 공동의 대응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논의 결과 경제지도자들은 세 가지 성과 문서를 채택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세 가지 성과 문서는 △APEC 정상 경주선언 △APEC AI 이니셔티브 △APEC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공동 프레임워크다.
이 대통령은 경주선언에 대해 “개방적이고 역동적이며, 평화로운 아태 공동체를 향한 APEC의 중장기 미래 청사진, 그리고 '푸트라자야 비전 2040'을 실현하겠다는 회원들의 의지를 담았다”고 소개했다.
이어 “아태지역의 '회복과 성장'을 위한 회원 간 협력의 의지도 포함시켰다”며 “특히 혁신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성장의 과실을 고루 나누는 포용적 성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주 선언에는 특히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달성을 위한 지속적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는 문안이 반영됐다.
당초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미국의 반대로 '자유무역' 관련 가치가 선언문에 반영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따랐지만 최종적으로 21개국 대표자들의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대신 정상회의에 참석한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오늘 아침 7시 반경에야 최종 문안이 확정됐다”며 “문안 정리에 이견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문화창조산업(Cultural and Creative Industries)'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신(新) 성장동력으로 인정하고 협력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APEC 정상회의 공동 선언에 문화창조산업이 명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결과를 두고 “최근 무역·관세 등을 둘러싼 미중 간 강경 대치의 흐름을 극복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모두 동의하는 문안에 합의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하는 가운데 21개 회원들이 무역을 비롯한 주요 글로벌 경제 현안에 대해 포괄적 협력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며 “APEC 회원들은 연대와 협력 정신을 복원하고 아태지역 경제 번영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갈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APEC AI 이니셔티브는 역내 모든 회원이 인공지능 전환에 참여하고 그 혜택을 함께 누리기 위한 정책적 방향을 담고 있다. 혁신을 통한 경제성장과 민간·정부·학계 등 이해관계자 간 협력 촉진,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등이 핵심 의제로 포함됐다.
이 대통령은 이를 두고 “이는 APEC 역사상 최초로 만들어진 인공지능에 대한 공동 비전”이라며 “대한민국은 'AI 기본사회' 같은 우리의 핵심 비전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아태지역의 AI 전환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APEC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공동 프레임워크와 관련해서는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할 회원국들의 정책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회복력 있는 사회를 위한 경제 시스템 구축 △기술 혁신을 통한 보건 및 돌봄 서비스 강화 △미래 노동 수요에 대응하는 인적자원 개발 등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 정책 방향과 협력 방안이 포함됐다.
이 대통령은 “APEC 최초로 인구구조 변화를 공동 핵심 과제로 인식하고 정책 비전과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아태지역이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지속적인 번영과 성장을 위해 상호 간 무역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 했다”며 “인공지능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인구구조 변화라는 두 가지 과제가 아태지역이 공통으로 직면한 도전과제라는 점에도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어 “회원 단독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만큼, APEC 차원에서 함께 고민하고, 모범사례를 공유하며 공동의 대응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경주=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