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결산] APEC서 빛난 김정관 장관의 통상외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 참석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왼쪽),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오른쪽)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 참석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왼쪽),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오른쪽)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선 우리나라의 무역통상 외교전이 빛을 발했다. 미국, 일본, 중국을 비롯해 주요 APEC 회원국과의 협력 강화가 이뤄졌다. 우리 기업은 정부 지원 하에 글로벌 기업과의 투자협력에서도 성과를 냈다.

특히 이번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우리 경제안보를 위협하고 불확실성을 키워내던 한미 관세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점은 국민 모두에게 희소식이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김정관 장관을 비롯한 산업통상부 구성원의 노력이 있었다.

김 장관은 APEC 기간 중 미국을 비롯해 일본·중국·베트남·필리핀·뉴질랜드·캐나다·멕시코·페루·인도네시아 등 아시아·태평양 주요국과 연쇄 회담을 이어갔다. APEC CEO Summit 등 경제인 행사를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게 주도했고, 인베스트 코리아 서밋(IKS)을 통해 95억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도 이끌어냈다.

일본과는 AI·첨단소재 공급망 협력 및 한·미·일 삼각공조 강화 방안을, 중국과는 희토류·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와 산업단지 투자확대를 논의했다. 베트남과는 재생에너지 전력단가와 LNG발전 사업 제도개선을, 필리핀과는 FTA 공동위원회를 통한 디지털협력과 광물 공급망 강화를 합의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한미 무역합의 타결을 중심축으로 '미국-동북아-아세안' 삼각 통상벨트를 완성했다. 김 장관은 “통상은 외교이자 산업정책이며, 궁극적으로 국민경제의 문제”라며 “정부는 글로벌 협상을 현장의 성장으로 연결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장 큰 난관이었던 미국 관세 협상 중심에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를 향해 “He's a tough negotiator(그는 터프한 협상가다)”라고 한 점은 그가 이번 협상에 어떤 자세로 임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다. 김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서로 언성을 높이며 책상을 내리치는 등 '국익 사수'에 사활을 걸었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9일 오후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 직전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9일 오후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 직전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취임 직후 바로 미국으로 날아가 러트닉 장관과 협상을 시작했고, 6차례 미국을 찾아가는 등 협상을 주도했다. APEC 직전에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보좌해 두 차례 방미, 관세 협상 타결의 기초를 다졌다. 김 장관은 “국익을 지켜야 한다면 데드라인은 의미가 없다”는 원칙 아래 협상 시점을 조율했고, 특히 이번 한미 정상회담 직전 워싱턴에 재입국해 마지막 쟁점을 정리하며 'APEC 전 무역합의 타결'을 확정지었다.

양국 간 협상의 관건은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 이행 방안이다. 결국 양국은 우리 측이 제안한 2000억달러를 현금(지분) 투자로 하되, 연간 투자 상한을 최대 200억달러로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투자 방안에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주에 도착하기 직전까지 미국은 8년간 매해 250억달러씩 총 2500억달러를 투자하라는 입장을 고수했는데, 김 장관은 러트닉 장관과의 '스마트폰 문자 협상'을 통해 타결을 이끌어냈다. 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하던 러트닉 장관에게 “연 200억달러 이상은 불가”라는 최후통첩을 보냈고, 러트닉 장관이 이를 받기로 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APEC 기간 중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는 매우 힘든 협상을 했지만, 김 장관은 믿을 수 있는 파트너”라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단순히 관세율을 낮춘 협상이 아니라, 한국의 산업정책과 미국의 제조복귀 전략을 조화시킨 결과”라고 설명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