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냐 예술이냐”…발렌시아가 136만원 재킷, 욕먹어도 “하루만에 완판”

발렌시아가의 디스트로이드(Destroyed) 모델 재킷. 사진=엑스 캡쳐
발렌시아가의 디스트로이드(Destroyed) 모델 재킷. 사진=엑스 캡쳐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Balenciaga)가 최근 공개한 '디스트로이드(Destroyed) 모델 재킷'이 출시 24시간 만에 완판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제품은 마치 재난 현장에서 수거된 옷처럼 거칠고 심하게 훼손된 디자인이지만 가격은 950달러(약 136만원)에 달한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칼럼니스트 켄 쿠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해당 제품의 영상을 게시하며 “발렌시아가의 디스트로이드 모델 재킷 첫 출시분이 모두 매진됐다”고 전했다.

공개된 영상 속 모델은 붉은색의 찢어진 재킷을 입고 지퍼를 잠근 뒤 후드를 쓰는 모습을 연출한다.

옷의 끝단은 실밥이 풀려 늘어져 있고, 정면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마모된 흔적이 선명하다. 전체적으로 명품 의류라기보다는 재해 현장에서 건져낸 것 같은 모습이다.

발렌시아가는 이전에도 '의도된 파손'을 콘셉트로 한 디자인을 다수 선보인 바 있다.

발렌시아가가 1850달러에 판매한 '낡은 스니커즈'. 사진=발렌시아가 홈페이지
발렌시아가가 1850달러에 판매한 '낡은 스니커즈'. 사진=발렌시아가 홈페이지

1850달러에 판매되는 '낡은 스니커즈', 1790달러에 판매된 송아지 가죽으로 만든 '쓰레기 봉투 가방', 약 1700달러의 '감자칩 패키지 클러치백' 등이 대표적이다.

한편, 이번 제품이 완판되자 전 세계 소비자들의 반응은 찬반으로 나뉘었다. SNS에서는 비꼬는 댓글과 냉소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한 이용자는 “저 정도면 나도 이미 부자다”라며 풍자 섞인 글을 남겼고, 또 다른 이용자는 “950달러짜리 걸레라니 믿기 어렵다. 아름다움의 기준은 어디로 갔나”라며 불만을 표했다. 또 “노숙자의 옷을 베껴 팔아 이익을 남기는 창의적 경제”, “값싼 옷을 일부러 망가뜨려 수백 달러에 되파는 기이한 사업”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발렌시아가의 마케팅 접근 방식을 신선하게 평가하고 있다.

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손상된 의류를 고가에 선보임으로써 완벽함과 부의 상징에 대한 기존의 개념을 흔드는 예술적 반항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런 논란 자체가 소비주의와 패스트패션의 모순을 드러내는 하나의 '사회적 메시지'가 된다”며 “대중의 분노가 결국 SNS를 통한 자발적 홍보 효과로 이어지는 점에서 '분노 마케팅'의 전형적인 성공 사례”라고 덧붙였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