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엠폭스 중증화의 '방아쇠' 역할을 하는 단백질 센서를 발견한 연구 결과를 국제 면역학 학술지 '세포와 분자 면역학'에 최근 게재했다고 25일 밝혔다.
국립보건연구원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 감염병백신연구과와 이상준 울산과학기술원 교수팀, 김대식 성균관대 교수팀이 공동 수행한 이번 연구는 원숭이두창바이러스 감염 과정에서 AIM2 단백질이 과도한 염증 반응의 주요 원인임을 실험적으로 규명했다. AIM2 단백질은 세포질로 들어온 외부 DNA를 직접 인식하는 DNA 센서다. 여러 DNA 감지 단백질이 존재하지만, AIM2만이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의 DNA를 실제로 감지하고 강한 염증 반응을 유도하는 핵심 센서임을 밝혀낸 것이 이번 연구 의의다.
현재 엠폭스의 치명률은 3% 안팎이지만, 몸 안에서 과도한 염증 반응이 일어나면 정상 조직까지 파괴해 병을 악화될 수 있다. 건강한 청년이 독감이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목숨을 잃는 것도 '사이토카인 폭풍'이라 불리는 염증 '폭주'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연구에 따르면 바이러스 DNA를 인식해 활성화된 AIM2는 염증 소체(감염 신호가 들어올 때 세포 안에서 빠르게 조립되는 단백질 복합체)를 형성하고, 이 염증 소체가 다시 카스파제-1 효소를 활성화하면서 세포가 파괴되고 염증 신호 물질이 과다하게 분비된다. 연구진은 AIM2를 억제했을 때 쥐 폐 조직 염증 반응과 세포사멸이 완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연구는 원숭이두창바이러스 감염에서 과도한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시작물질이 AIM2라는 것을 실험적으로 규명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원숭이두창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되는 중증도·염증반응의 분자적 매커니즘을 규명함으로써 엠폭스 대유행 대비를 위한 백신·치료제 개발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했다. 앞으로도 백신·치료제를 포함한 성과를 도출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