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칼럼]가상자산과 외국환 거래법 개정안〈상〉

김선미 동국대 교수
김선미 동국대 교수

2025년 10월 28일 두 개의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두 개정안은 동일한 날 제출됐지만, 가상자산을 외국환 규제 체계 안에 어떻게 편입할 것인 지에 대해 서로 다른 전략적 방향을 보여준다.

첫 번째 개정안은 기존 외국환거래법에서 정의된 '지급수단'의 범위에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하는 데 집중한다. 이는 법정통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국제 거래에서 지급·정산 수단으로 폭넓게 활용되고 있음에도, 현행 법률은 이를 명시적으로 포착하지 못해 규제 공백이 발생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은 해외 거래소나 개인간 이전을 통해 손쉽게 국경 간 가치 이동이 가능해, 전통적 외환 규제 체계를 우회하는 경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첫 번째 개정안은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지급수단'으로 명문화함으로써 외환 거래 신고·허가 규제를 직접 적용 가능하게 만드는 제한적이면서도 정밀한 접근 방식을 취한다.

이 개정안은 규제 범위를 불필요하게 넓히지 않고, 가장 문제가 되는 스테이블코인의 지급수단적 성격만을 명확히 해 규제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는 실용적 성격을 갖고 있다.

반면에 두 번째 개정안은 가상자산 시장 전체를 외국환거래법의 관리·감독 틀에 포함시키려는 광범위한 법안이다.

이 법안은 단순히 지급수단의 정의를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법률에 '가상자산' '가상자산거래' '가상자산사업자' 등을 추가해 외국환거래법의 규제 대상을 근본적으로 확장한다. 특히 국경 간 가상자산 이동행위를 외국환거래의 일종으로 정의하고, 이를 업으로 하는 사업자에게 등록·인가·신고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거래소, 수탁업자, 중개·알선 사업자 등 다양한 형태의 가상자산 관련 기업이 외국환거래법의 관리 대상이 되며, 고객이 국경 간 가상자산을 이전할 때 해당 거래가 외국환거래법상 허가 또는 신고 대상인지를 확인할 의무적 준법 체계가 요구된다.

이는 가상자산을 기존 금융 규제 구조 바깥의 특수한 자산으로 보지 않고, 국제 자금 이동을 초래할 수 있는 금융적 행위로 적극적으로 재해석하는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법안의 차이를 정리하면, 첫 번째 개정안은 스테이블코인이라는 특정 대상에 한정된 규제 보완을 통해 외환거래 사각지대를 메우려는 개정인 반면, 두 번째 개정안은 가상자산 생태계 전체를 외국환 규제 체계로 끌어오는 포괄적·제도화 지향의 개정이다.

첫 번째 법안이 신속성·명확성을 중시하는 단일 조정에 가깝다면, 두 번째 법안은 가상자산 시장의 구조적 특징까지 반영하여 종합적 감독 체계를 확립하려는 제도 설계형 입법이라는 차이가 있다. 또 첫 번째 법안은 규제 범위가 좁아 산업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반면, 두 번째 법안은 규제 강도와 적용 범위가 넓어 사업자 책임과 행정적 절차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

종합해보면, 두 법안은 모두 가상자산을 활용한 환치기·불법 외환 흐름을 통제하고자 한다는 목표는 같지만, 하나는 규제 공백을 빠르게 메우는 신속한 대응, 다른 하나는 가상자산 시대에 맞는 외환 규제 체계 전반을 새롭게 구축하는 구조적 대응이라는 점에서 입법 철학과 범위가 크게 다르다.

두 개의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을 둘러싼 향후 전망은 정책 방향성, 산업 및 시장 반응, 입법 과정의 조정 가능성 측면에서 나누어 예상해볼 수 있다. 두 법안 모두 가상자산을 통한 국경 간 가치 이전이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 외환 규제의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입법 필요성 자체에 대한 공감대는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다.

김선미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핀테크&블록체인 책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