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합 심장판막 질환 치료에서 최소침습수술이 기존 정중흉골절개술보다 안전성과 회복 속도 면에서 더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제형곤 분당서울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팀은 최근 열린 '제57차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대동맥 판막을 포함한 복합판막 최소침습수술의 중기 성적'을 발표했다. 분석 결과, 최소침습수술은 높은 성공률과 빠른 회복을 보여 복잡한 판막수술에서도 표준 치료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확인했다.
심장판막 질환은 판막 조직이 손상돼 혈류 흐름에 장애가 생기는 질환으로, 여러 판막에 동시 문제가 생기는 복합 질환의 경우 수술이 복잡해 전통적으로 정중흉골절개술이 시행됐다. 흉골을 세로로 절개하는 방식으로 심장에 접근성을 높이지만 절개 범위가 크고 회복이 더디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최소침습 심장수술은 갈비뼈 사이에 작은 절개를 내어 수술하는 방식으로 통증과 출혈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 그럼에도 미국흉부외과학회(AATS)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심장판막 수술 중 최소침습으로 시행되는 비율은 10~20%에 그치며, 복합 판막 수술에는 더욱 제한적으로 적용돼 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심장혈관센터는 지난 20여 년간 2000건 이상의 심장판막 수술을 최소침습 방식으로 시행하며 국내 최소침습 수술을 선도해왔다. 단일 판막 질환 수술의 90% 이상을 최소침습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복잡한 복합 질환에도 활발히 적용하고 있다.
제 교수팀은 2015년 5월부터 2025년 5월까지 복합 심장판막 질환 환자 203명을 대상으로 정중흉골절개술(173명)과 최소침습수술(30명)의 성적을 비교 분석했다. 정중흉골절개술군의 수술 성공률은 약 97%였으며, 최소침습수술군은 100%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최소침습수술군에서는 뇌졸중·신부전 등 주요 합병증이나 심장보조장치 사용 사례도 보고되지 않아 안정성이 확인됐다.
회복 속도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조기 발관 프로그램과 빠른 보행 시스템 등을 적용한 결과, 최소침습수술 환자의 93.3%가 수술 후 2일 이내 중환자실에서 퇴실했고, 96.7%가 10일 내 퇴원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최소침습수술 환자가 4~5일 만에 퇴원해 정중흉골절개술 환자(8~9일)보다 회복이 훨씬 빨랐다.
제형곤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분당서울대병원 심장혈관센터는 로봇수술, 최소침습 승모판·대동맥판·삼첨판막 수술 등 모든 심장판막 수술에서 최소침습수술을 가장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며 “이는 단순히 절개를 줄이는 수술법을 넘어,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빠르고 효율적인 회복을 도와주는 종합적인 의학적 노력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심장혈관센터는 심장혈관흉부외과·순환기내과·마취통증의학과·영상의학과·중환자진료부 등 심장수술과 관련된 진료과가 모여 '작은 상처로, 덜 아프고, 빠른 회복'을 목표로 통합진료 시스템(Heart Team)을 운영하고 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