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S 멈춘 한국(하)] '지능형 도로망, 다시 깔아야 한다'…로드맵 복원 첫 과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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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지능형교통시스템(C-ITS) 구축이 멈춘 지금, 방향 재설정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국가 로드맵 복원이 꼽힌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한국모빌리티학회 회장·한국ITS학회 부회장)는 “C-ITS는 자율주행의 보조 장치가 아니라 도로 안전을 구성하는 인프라”라며 “논의의 중심을 안전으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해외 흐름은 이미 안전 중심으로 이동했다. 우리 역시 안전의 관점에서 V2X를 접근해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유럽은 내년부터 통신 기반 안전 기능을 신차 평가에 반영한다. 이동통신으로도 구현할 수 있지만 차량과 도로가 직접 통신하는 V2X가 실시간성에서는 더 안정적이다. 국내 논의와는 결이 다르다. 복잡한 도심·교차로처럼 위험 구간이 많은 환경에서는 도로 인프라가 일정 수준의 사고 회피를 담당해야 한다는 이유도 있다.

각종 변수가 많은 국내 도로 환경도 C-ITS의 필요성을 높힌다. 정 교수는 “국내 도로는 음영구간이 많고 통신 품질 편차도 존재한다”며 “이런 조건에서는 일정 수준의 도로 전용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도심축과 위험 구간 중심의 단계적 확산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로드맵 공백은 가장 시급한 과제로 지적된다. 정 교수는 “2022년까지 추진되던 흐름이 끊기면서 확산 시나리오 자체가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기술 논쟁이 길어지며 방향 설정도 늦어졌다는 우려다. 그는 “지금은 기술 선택을 촘촘하게 해야 하는 단계지만, 그보다 앞서 정책적 방향을 먼저 세워야 한다”며 기술과 인프라 전략이 분리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예산 부재가 생태계 유지에 미치는 영향도 제기됐다. 정 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실증을 준비하며 버텨왔지만 본사업 예산이 끊기면 인력과 설비 유지가 어렵다”고 말했다. 실증 중심 구조가 길어지면 산업이 빠르게 약해질 수 있다는 경고다.

내년 강릉 ITS 세계대회는 국내 C-ITS 기술과 산업 생태계를 한 자리에서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무대로 꼽힌다. 이번 대회에서는 완성차, 통신 단말(OBU·RSU), 모듈·반도체, 시험장비, 관제 솔루션 등 C-ITS 관련 다양한 기업과 기관이 참여할 예정이다. 국내 업체들이 축적한 기술과 운용 경험을 국제 무대에 소개할 수 있는 기회로 업계 기대감이 높다.

정 교수는 “국내는 V2X칩셋부터 차량단말기(OBU), 노변장비(RSU), 관제 시스템, 시험·검증 장비, 그리고 지자체 운영역량까지 전 주기를 갖춘 몇 안 되는 국가”라며 “업체·기관·지자체가 함께 참여하는 실증 기반 전시는 국제 협력 확대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