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연구진이 양자 소재 대면적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성과를 거뒀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은 조문호 반데르발스 양자 물질 연구단장팀이 '양자 등급' 초고순도 2차원 반도체를 대면적 합성하는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28일 밝혔다. 고성능 반도체 집적회로 구현을 위한 차세대 기반 소재, 신개념 양자 소자 개발을 견인할 핵심 기반 기술이다.
2차원 반도체는 새로운 양자 현상을 탐구할 차세대 물질 플랫폼으로 주목받지만, 실질적인 응용으로 이어지려면 대면적 합성이 필수다. 다만 양자 특성을 구현할 수 있을 만큼 결정성이 정제된 고품질 2차원 반도체 대면적 합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독특한 사파이어 기판을 합성 템플릿으로 도입했다. 단결정 사파이어를 15도 각도로 비스듬하게 자르면, 그 단면은 계단이 반복되는 구조를 이루며, 계단 간격은 1나노미터(㎚)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촘촘하다.
이 위에 2차원 반도체 소재 이황화몰리브덴을 '에피택시 성장(기판 결정 구조에 맞춰 얇은 결정층이 동일 방향으로 정렬·성장하는 증착 방식)'시킬 경우, 뾰족한 계단 모서리에만 핵생성이 발현해 결정이 하나의 배향으로 통일된다. 동일 배향 결정들이 성장 과정에서 만나면 어떤 경계면도 만들지 않고 매끄럽게 합쳐져, 경계 결함(서로 다른 배향의 두 결정이 만나 형성되는 경계)이 전혀 없는 단결정 박막이 대면적 형성된다.

연구진은 최적의 합성 조건을 찾아내 원자·이온이 결여되거나 잘못 배열된 '점 결함'마저 최소화된 최고 품질 이황화몰리브덴 박막을 사파이어 위에 만들어냈고, 이를 기반으로 합성한 전자 소자는 기존 다른 합성 방식으로 제조된 이황화몰리브덴 소자들과 비교해 더 우수한 트랜지스터 성능을 나타냈다.
연구팀이 합성한 고순도 단결정 이황화몰리브덴을 극저온 냉각해 전자가 결함·열로부터 자유로운 환경을 만들었고, 그 결과 전자는 매우 높은 이동도를 갖게 돼 채널 저항이 자기장에 따라 주기적으로 변하는 양자 진동 현상을 유발했다. 이는 대면적 2차원 반도체에서 양자 수송 현상을 관찰한 세계 최초 사례다.
연구팀 성과는 대면적 에피택시 성장으로도 양자 소자급의 원자층 반데르발스 물질 구현이 가능함을 규명한 것으로서 매우 중요한 연구 결과다. 연구를 이끈 조문호 단장은 “웨이퍼 규모의 2차원 양자 전자 시스템을 구현했고, 이를 바탕으로 차세대 반도체 또는 양자 소자에서 다양한 후속 연구로 활용된다”고 언급했다.
이번 연구는 네이처 일렉트로닉스에 11월 27일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