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협중앙회가 기존 시설하우스를 저비용으로 스마트팜으로 전환하는 '보급형 스마트팜' 보급 속도를 크게 높인다. 연말까지 올해 목표인 '1000농가 보급' 달성이 임박했다.
30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559농가가 보금형 스마트팜 설치를 마쳤다. 11월 누계는 80~9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1600농가, 2027년 1800농가, 2028년부터는 매년 2000농가씩 신규 설치해 2030년까지 총 1만여 농가를 스마트 전환하는 목표도 굳혔다. 2024년 기준 시설원예 조합원 9만9000여명을 감안하면 약 10%가 보급형 스마트팜으로 바뀌는 규모다.
농협이 이 모델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신축형 스마트팜의 높은 진입비용을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스마트팜은 부지 조성부터 온실 건설, 제어·양액·환경제어 시스템까지 갖추려면 많게는 수십억원이 필요하다. 업계는 220만 농민 중 고급형 스마트팜을 설치할 수 있는 농가는 5%도 되지 않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반면 보급형 스마트팜은 기존 하우스를 활용해 6동(약 1200평) 규모 기준 1000만~1500만원 수준에서 설치가 가능하다. 중소농이어도 접근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보급형 스마트팜은 기존 비닐하우스 구조 위에 필수 정보통신기술(ICT) 장비만 얹는 리모델링 방식이다. 환경제어기, 온·습도·CO₂ 센서, 토양 EC·pH 센서, 일사량·감우 센서, 스마트 백엽상, 외부기상대, CCTV·웹카메라, 자동개폐장치 등이 주요 구성이다. 내부·외부 환경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센서 수치에 따라 측창·천창·커튼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힌다. 기존 환풍기와 개폐기 같은 장비는 그대로 활용해 비용을 줄인다.

농협은 환경제어형·양액제어형·관수제어형 등 세 가지 모델을 마련해 작물과 농장 형태에 맞게 선택하도록 했다. 환경제어형은 온실의 온도와 습도를 자동 유지하는 기본형 모델이고, 양액제어형는 기존 양액기 제어판만 교체해 원격으로 EC와 pH를 조절한다. 관수제어형은 토양 수분과 온도, 유량 정보를 기반으로 물과 비료 공급을 자동화한다. 노지 재배 농가도 관수제어형을 적용할 수 있어 시설농가뿐 아니라 다양한 품목으로 확장 가능하다.
올해 사업은 농협 자체 사업과 정부 연계사업이 병행 추진됐다. 농협사업은 총 600농가를 대상으로 △경제지주 순차적 설치(184/500농가) △청년·중소농 대상 금융연계형 설치(40/100농가) △토마토 협의회 연계모델 설치(6/10농가) △AI 모델 실증용 시설·양액·환경제어기 설치 완료 농가 등 여러 유형으로 진행했다. 정부 예산으로 진행 중인 399농가 지원사업은 10월 말 기준 320농가 설치가 끝났다. 각 사업을 합치면 10월 말 기준 누적 설치량이 559농가이며, 11월까지 80~90% 수준이 완료됐고 연말 1000농가 보급 목표 달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보급형 스마트팜은 단순한 설비 보급을 넘어 '데이터 기반 농사'로 농가 운영 방식을 바꾸는 효과도 크다. 센서노드가 온실 안팎의 데이터를 모으고 환경제어 알고리즘이 이를 해석해 작물 생육에 맞게 자동 제어한다. 농가는 야간·새벽 시간대에도 위험 신호가 감지되면 즉시 알림을 받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시설하우스가 가장 취약한 시기가 한파·고온·폭우 같은 악조건일 때라 보급형 스마트팜은 예방적 조치가 가능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농협은 보급형 스마트팜을 향후 데이터 기반 스마트농업 플랫폼의 기초 인프라로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설치 농가에서 발생하는 환경·생육 데이터는 생육 솔루션 개발과 산지유통센터(APC) 연계 서비스로 발전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품목별 정밀영농 모델을 만드는 기반이 된다. 정부도 내년부터 중소농 스마트팜 표준모델 개발 및 보급 사업을 본격 추진해 실증과 고도화를 거쳐 현장 보급을 확대할 예정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보급형 스마트팜은 중소농의 신축 부담을 줄이고 생산성과 안전성을 강화하는 현실적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며 “농협은 올해 1000농가 보급을 마무리한 뒤 내년부터 확산 속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