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 같던 '007' 애스턴 마틴, 녹 벗겨내니 '19억원' 됐다

1973년 산 애스턴 마틴 DB5 모델을 3년간 수리한 미국 남성 존 윌리엄스. 사진=존 윌리엄스/BBC 캡처
1973년 산 애스턴 마틴 DB5 모델을 3년간 수리한 미국 남성 존 윌리엄스. 사진=존 윌리엄스/BBC 캡처

미국의 한 70대 남성이 젊은 시절에 타던 애스턴 마틴 DB5를 새 차처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전 세계 단 39대만 남은 이 희귀 모델로, 가치는 약 100만파운드(약 19억원)로 추정된다.

애스턴 마틴은 1960년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영화 '007' 시리즈에서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타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가운데 DB5는 '007 골드핑거'(1964년 작), '007 썬더볼 작전'(1965년 작) 등에 등장한 모델로, 제임스 본드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007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았던 배우 피어스 브로스넌이 애스턴 마틴 DB5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임스 본드 007 페이지 캡처
007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았던 배우 피어스 브로스넌이 애스턴 마틴 DB5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임스 본드 007 페이지 캡처

영국 플린트셔주 몰드에 사는 존 윌리엄스(71)씨는 어린 시절부터 애스턴 마틴 차량을 가지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어린 시절부터 돈을 모아 19살이 되던 1973년 꿈에 그리던 애스턴 마틴 DB5 은색 자작나무 모델을 구매했다.

그러나 이후 중동에서 일자리를 얻게 되면서 차량의 외관은 빠르게 망가졌다. 중동의 뜨겁고 건조한 날씨에 노출돼 칠이 벗겨졌고 이웃 아이들이 보닛 위에서 놀기도 해 외관은 고물처럼 변했다.

애스턴 마틴 DB5 모델. 사진=애스턴 마틴
애스턴 마틴 DB5 모델. 사진=애스턴 마틴

차량은 시간이 지나 더 이상 운전할 수 없게 됐지만 여전히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고물 같은 상태로도 가치는 50만파운드(약 9억원). 1963년부터 1965년까지 생산된 차량이 1022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윌리엄스 씨가 소유한 차량은 빈티지 모델이라 전 세계적으로 단 39대만이 남아 가치가 높았다.

더 높은 가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 윌리엄스 씨는 차를 복원하기로 했다. 3년, 2500시간 동안 녹을 지우고, 부품을 교체했고, 그 결과 100만파운드로 감정가를 높일 수 있었다.

애스턴 마틴 전문가 스티브 와딩햄은 “새 차를 만드는 것이 더 쉬운 수준이다. 부식이 매우 심한 차를 수리하는 데에는 엄청난 기술과 인내심이 요구된다”며 “냄새, 느낌, 소음 면에서 정말 압도적인 차량이다. 유명한 영화에 들어온 듯 특별하다”고 평가했다.

윌리엄스 씨는 “처음 출고됐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나은 것 같다”며 “이 차량이 나를 다시 27살 무렵으로 데려가 주는 느낌”이라고 기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