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티에이징'이 주름·탄력 등 눈에 보이는 노화 징후를 빠르게 개선하는 기술이라면, '피부 장수(Skin Longevity)'는 피부의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한 장기 전략에 가깝다. 나이를 거스르는 '역노화'보다, 시간이 지나도 피부가 스스로 회복하고 방어하며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둔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를 증상 교정 중심의 접근에서 근본 원인 개입으로 옮겨가는 패러다임 전환으로 해석한다. 세포 기능, 세포 간 커뮤니케이션, 염증 등 생물학적 노화 축을 정밀하게 들여다보는 연구가 활발해지는 이유다.
이 흐름의 배경에는 '염증성 노화'처럼 만성 저강도 염증이 노화 전반을 촉진할 수 있다는 과학적 관점이 자리하고 있다. 피부는 외부 환경에 가장 먼저 노출되는 장기이자 면역 장벽이다. 자외선·미세먼지·생활 습관이 유발하는 염증 반응과 면역 균형이 피부 노화의 장기 궤적을 좌우할 수 있다. 장수 연구에서 활용되는 '노화 시계' 개념이 장기마다 다르게 작동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도 확산하고 있다.
국내 화장품 업계의 연구개발도 활발하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0월 미국 뉴욕에서 '피부 장수' 심포지엄을 열고,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피부과와의 공동 연구 프로그램 'NBRI'를 통해 확인한 독자 성분의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 회사는 진세노믹스™, 림파낙스™, 레드플라보노이드™의 작용 기전과 임상 결과를 소개하며 피부 장수 연구를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인삼 내 극미량 성분을 6000배 농축해 흡수력을 높인 진세노믹스™가 피부 노화 생체 반응을 억제하고, 옥시탈란 섬유 분해를 막아 진피 구조 보존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LG생활건강도 관련 연구를 서두르고 있다. 비전 인공지능(AI)으로 20~60대 한국 여성 1만6000명의 얼굴 이미지를 분석해 눈가·입술·윤곽 등 부위별 노화 속도 차이를 정량화했다. 전장 유전체 연관 분석(GWAS)을 통해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영역도 제시하며, 연령대와 개인 특성을 반영한 정밀 케어 전략의 과학적 기반을 강화했다. 더후는 이 같은 '피부 장수' 성과를 반영한 '비첩 자생 NAD 파워 앰풀'을 선보이며 고기능 앰풀 시장 공략에 나섰다.
업계는 '피부 장수' 경쟁이 성분 개발에만 머물지 않고, AI·바이오마커 기반 진단과 장기 추적 데이터를 결합한 예방·유지형 솔루션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피부 장수는 '더 젊어 보이기'보다 더 오래 건강하게 기능하는 피부를 설계하는 기술이다.
강성전 기자 castle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