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60일 기록한 '내 마음 어디에 둘까요'…드라마 '김부장'과 맞물려 다시 화제

대기업 임원이 하루아침에 실직한 뒤 60일간의 마음을 기록한 에세이 '내 마음 어디에 둘까요'(안광현 저)가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중년 직장인의 불안과 상실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이 인기를 얻으면서, 출간 2년이 지난 이 책이 작품 속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공감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책 '내 마음 어디에 둘까요'(안광현 저)
책 '내 마음 어디에 둘까요'(안광현 저)

책에서 저자는 예고 없이 면직 통보를 받은 뒤, 마지막 출근 날 직원들에게 작별 이메일을 보내고 '발송' 버튼을 누르는 순간을 “30년이 3초 만에 끝났다”고 표현한다. 연말 인사철을 앞둔 직장인들에게 특히 강한 울림을 주는 대목이다. 그는 당시 심경을 '껍데기가 벗겨진 느낌', '뼈까지 흐물어질 듯한 감정'으로 묘사하며 갑작스러운 실직이 가져온 충격과 혼란을 숨김없이 기록한다.

원치 않던 퇴직 후 갑자기 많아진 시간과 경제적 부담, 가족에게 미치는 압박, 상실감과 분노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미움의 터널'을 지나왔는지 등 그의 60일 일기는 한 중년이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결국 현실을 인정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찾아보려는 태도가 회복의 출발점이었다고 말한다. 책 속 재취업 과정은 지금의 직책과 다르지만, 그는 우연히 보게 된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 채용 공고에 지원서를 쓰다 보니 '도전해볼 만하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회상한다.

현재 그는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부설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장으로 3년째 일하고 있다. 그는 시간이 흐르자 일에 대한 '사명감'이 생겼다며, “대기업에서 돈을 벌기 위해 일하던 시기와 달리 지금은 '어떻게 돈을 잘 쓰느냐'를 고민하는 일이 훨씬 어렵지만 그만큼 의미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드라마 '김부장'이 직장 내 부조리와 중년의 불안정한 노동 현실을 다루며 시청자의 공감을 얻고 있는 것에 대해 그는 자신의 경험과 닮은 점이 많다고 인정했다. 그는 “심지어 '예쁜 아내'를 둔 설정도 비슷하다”고 농담을 던지며 작품 속 인물의 감정에 깊이 공감했다.

안 단장은 50·60대에게 “일을 놓지 말라”며, 현실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는 “60대 초반까지는 조직 안에서 일하는 것이 좋고, 그 이후에는 다양한 일을 병행하는 N잡을 권하고 싶다. 소소하게라도 수입을 유지하면서 한곳에 매이지 않는 삶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내 마음 어디에 둘까요'는 갑작스러운 퇴직이라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현실을 어떻게 견디고 다시 삶을 세워갈 것인지에 대한 한 사람의 치열한 기록이다. 드라마와 현실의 경계가 흐려진 지금, 이 책은 중년 이후의 삶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안내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