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의 핀테크 스토리]원·달러 환율 하락 기대 쉽지 않아

정유신 교수
정유신 교수

미 연준의 금리 결정은 금융시장 방향을 가늠하는 핵심 변수로 핀테크를 포함한 모든 금융업계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최근 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나타난 연준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통화정책은 여전히 '완화'지만, 그 속도는 시장 기대보다 느리고 신중할 거란 점이다. 그동안의 세 차례 연속 금리 인하만 보면 본격적인 완화 국면에 들어선 듯도 하지만, 실제론 연준 내부의 판단이 여전히 복잡하며 조심스럽단 의견이 많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핵심 기준은 물가와 고용이다. 인플레이션은 정점을 지나 둔화하곤 있지만, 목표치인 2%에는 아직 미달이다. 인플레이션 재확산에 대한 경계가 여전해서,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를 쉽게 높이지 못하는 이유다. 반면 고용 시장은 신규고용 증가 폭이 둔화하는 등 냉각 조짐을 보인다. 하지만 실업률은 여전히 낮다. 이에 따라 연준은 고용의 급격한 둔화를 막으려 하면서도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입장이라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실제 상황은 어땠나. 지난 12월 FOMC에서 정책금리는 3.50~3.75%로 인하되었고, 이후의 전망을 가름하는 점도표에선 2026년과 2027년에 각각 한 차례씩 추가 인하로 나타났다. 하지만, 평균값인 소위 중앙값의 이면에는 상당한 이견이 존재했다. 더 이상 인하가 필요 없다는 의견과 함께 두 차례 이상 인하해야 한다는 매파적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연준 내부에서 아직 향후 경제 흐름에 대한 확신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파월 의장이 '현재의 금리 수준은 상황을 지켜봐야 할 시점'으로 표현한 것도 이들 혼재된 의견을 반영한 맥락으로 보인다.

그럼 이런 연준의 판단은 어떤 의미일까. 시장에선 경기 침체를 전제로 한 공격적인 금리 인하가 아니라, 물가 안정 여부를 확인하며 경기둔화를 방어하는 소극적 금리 인하 국면으로 본다. 한마디로 기준금리가 빠르게 위기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기보다는, 위기 전보다 높은 수준에서 상당 기간 유지될 수 있단 얘기다.

어떤 영향이 있을까. 이전엔 금리를 인하하면 달러 약세와 함께 신흥국으로 자본이 이동하곤 했다. 하지만, 이젠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과거 대비 불투명해지면서, '미 금리 인하 = 달러 약세'라는 공식이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의 상대적 호황과 AI 등 기술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 매력, 지정학적 불확실성 때문에 강화되고 있는 안전자산 선호가 맞물리면서 달러는 미 금리 인하 국면에서도 쉽게 약세로 전환되지 않을 거란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결국 미국 금리가 예상보다 더디게 내려가는 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 강세 압력 역시 당분간 지속될 거란 거다.

최근 국내에서 초미의 관심사인 원·달러 환율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0원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수준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여전히 한·미 금리 차다. 약 1.25%포인트 수준으로 벌어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준 FOMC 토의 내용을 고려하면, 2026년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는 많아야 한 번, 0.25%포인트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한국은 경기 부진과 가계부채 부담 등으로 인해 금리 인상이 사실상 어렵단 점을 고려하면, 미국과의 금리 차는 여전할 거고, 그만큼 외국인 자금이 한국으로 유입되기보단 미국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단 뜻이다.

물론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고, 글로벌 AI 경쟁 심화에 따른 반도체 수출 회복으로 환율이 점차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연기금과 기관투자자, 개인투자가의 해외 투자 확대가 지속되면서 외화 유출이 구조적으로 늘고 있어서, 무역수지 개선에 따른 환율 강세 효과는 그만큼 상쇄될 수밖에 없다. 또한 중장기 요인이긴 하지만, 관세 협상에 따른 대미 투자 부담(약 3,500억 달러)도 있다. 한마디로 원화는 과거 대비 강세 요인보다 약세 요인이 늘어난 통화가 됐단 얘기다.

2026년 원·달러 환율은 어떤 모습일까. 한 방향으로 안정되기보다는 시기별로 다른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상반기에는 글로벌 금리 인하 기대가 점진적으로 반영되고, 한국 주력 산업 회복과 채권시장 수급 여건이 맞물리며 원화가 일시적으로 강세를 보일 여지도 있다. 하지만, 하반기로 가게 되면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그 경우 안전자산 선호가 다시 강화되면서 달러 강세와 함께 원·달러 환율이 재차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다. 향후 관전 포인트다.

길재식 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