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텍, 상온 수소 생산 새 길 열다…'죽은 촉매' 되살리는 전해질 공학 기술 개발

박철우 박사(제1저자).
박철우 박사(제1저자).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켄텍·KENTECH·총장직무대행 박진호)은 김우열 교수팀이 암모니아 기반 수소 생산 기술의 고질적인 한계였던 '촉매 비활성화' 문제 해법을 제시했다고 18일 밝혔다.

암모니아는 액체 상태로 저장·운송이 쉬워 차세대 수소 운반체로 주목받고 있지만 기존 기술은 500℃ 이상의 고온 분해 공정에 의존해 에너지 소모와 비용 부담이 크다는 한계가 있다. 태양광과 전기를 동시에 활용하는 광전기화학(PEC) 암모니아 산화 반응(AOR)은 상온·저전압 조건에서 수소 생산이 가능한 대안으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반응 시간이 지날수록 촉매 성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비활성화 문제가 상용화를 가로막아 왔다.

연구팀은 촉매 비활성화 문제의 원인을 '촉매 파괴'가 아닌 전해질 환경에 의해 촉매가 일시적으로 오염된 상태에 불과하다는 점을 규명하고 이를 되돌릴 수 있는 전해질 공학 기반 촉매 재생 전략을 개발했다.

촉매 성능 저하의 핵심 원인이 물 기반 전해질 환경에서 생성되는 질소산화물(NOx) 중간체에 의한 '표면 중독 현상'임을 밝혀낸 것이다. 촉매 자체가 파괴된 것이 아니라, 반응 부산물로 인해 일시적으로 기능이 제한된 상태라는 사실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기존 물 기반 전해질 대신 비수계 용매인 아세토니트릴(MeCN)을 적용해 비스무트 바나데이트(BiVO₄) 광양극에서 NOx 축적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그 결과 수계 조건 대비 수소 생산 효율이 최대 6.9배 향상됐다. 특히 한 번 성능이 저하된 촉매도 다시 초기 수준에 가깝게 회복되는 촉매 재생 현상도 확인했다.

실제 물 기반 전해질에서 BiVO₄ 전극은 1시간 이내에 광전류의 약 90%를 잃었지만 구조적 손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촉매가 영구적으로 파괴된 것이 아니라 표면이 반응 부산물로 오염된 상태에 불과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촉매 표면에서 어떤 물질이 생성·축적되는지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표면증강 적외선 분광법을 활용해 반응 과정을 실시간으로 분석했다. 수계 환경에서는 일산화질소(NO)와 이산화질수(NO₂) 등 NOx 관련 진동 피크가 강하게 나타난 반면, MeCN 환경에서는 이러한 신호가 사라지고 암모니아와 하이드라진(N₂H₄) 중간체 신호가 우세하게 관찰됐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의도적으로 물이 포함된 전해질에서 촉매를 충분히 피로시킨 뒤 같은 전극을 무수 MeCN 환경으로 전환해 PEC 반응을 재개했다. 그 결과 감소했던 광전류가 다시 회복됐으며, 수소 누적 생산량도 기존 수계 조건에서 5μmol 수준에 머물던 것이 재생 후에는 28μmol까지 증가했다.

곽혜림 학생(제1저자).
곽혜림 학생(제1저자).

전기화학 임피던스(EIS) 분석에서도 촉매 재생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물 환경에서 크게 증가했던 전하이동 저항(Rct)은 MeCN으로 전환한 뒤 다시 감소해 전극-전해질 계면에서 전하 전달이 회복됐음을 보여줬다. MeCN 조건에서 BiVO₄ 광양극은 20시간 연속 구동에도 초기 전류의 약 82%를 유지했으며, 수소 패러데이 효율은 86%에 달했다.

밀도범함수이론(DFT) 계산 결과 역시 실험 결과를 뒷받침했다. 물 농도가 10⁻¹³M 수준의 극미량만 존재해도 NOx 형성 경로가 우세해지는 반면, 사실상 무수에 가까운 MeCN 환경에서는 NH₂ 라디칼 간 결합을 거쳐 N₂H₄ 및 N₂로 이어지는 바람직한 반응 경로가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촉매를 소모품처럼 교체하는 기존 방식이 아닌 전해질 환경을 주기적으로 제어해 촉매를 스스로 세척하고 되살리는 운전 전략을 제안했다. 실제로 BiVO₄뿐 아니라 텅스텐 산화물(WO₃), 적철석(α-Fe₂O₃) 등 다양한 금속산화물 광양극에서도 비수계 전해질 적용 시 유사한 안정성 향상이 확인돼, 해당 개념의 범용성도 입증했다.

김우열 교수는 “물 활성도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전해질 공학은 NOx 중독 억제와 촉매 재생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라며 “향후 분산형 수소 생산 장치와 재생에너지 연계 수소 스테이션의 수명 연장과 유지 비용 절감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켄텍 박철우 박사후연구원과 곽혜림 학생 (지도교수 김우열)을 중심으로 구근호 교수, 문건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 박현웅 경북대학교 교수 등이 수행했다. 연구 성과는 독일화학회(GDCh)가 발행하는 세계적 화학 저널 '앙게반테 케미 국제판'에 게재됐으며, 암모니아 기반 수소 생산, 연료전지, 태양광 연계 전해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로의 응용이 기대된다.

나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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