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조선해양 산업은 탈탄소화와 디지털전환(DX) 두 축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국내 대형 조선소 역시 생산관리 시스템 고도화와 설계-생산 연계, 3D 모델링 기반 생산관리 등 DX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선기자재기업 또한 데이터 공유와 공정 표준화, 실시간 추적 관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디지털 경쟁력이 산업 생존과 직결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조선기자재 산업 전반의 DX 수준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조선소와 협력사 간 디지털 격차는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부산 조선기자재산업발전협의체는 최근 '조선해양기자재 산업 DX 트렌드 분석 보고서'를 통해 지역 조선기자재기업의 DX 실태 조사 결과를 파악하고 구조적 한계와 개선 과제를 도출했다.
협의체는 부산정보산업진흥원과 부산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이 '지역 자율형 디지털 혁신 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으로 구성·운영하는 산·학·연·관 협력체다.
실태 조사 결과, 지역 조선기자재 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은 여전히 종이·수기 기반 공정 운영에 의존하고 있으며,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공정 연계 수준은 전반적으로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은 DX 추진이 더딘 주요 원인으로 전문 인력과 예산 부족을 꼽았다. 전담 인력이나 조직을 갖추지 못한 기업 비중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DX 추진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작업 표준화와 기본적인 데이터 관리 체계 구축을 지적했다. 이는 디지털 전환 이전에 기초 공정과 데이터 기반 정립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협의체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조선기자재산업 특성에 맞는 현장 중심 DX 지원 모델과 맞춤형 컨설팅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아울러 이 사업을 통해 표준작업지침서(SOP) 디지털화와 최소한의 데이터 수집·관리 체계 정립에 나서고, DX 선도 서비스와 상용화 모델을 단계적으로 확산한다.
협의체는 중장기적으로 조선기자재산업 DX를 선도하고, 친환경·탄소중립 등 분야별 산업 현안에 대한 해결 전략을 조정·연계하는 거버넌스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동남권을 넘어 전국 단위로 사업 성과를 확산하고, 조선기자재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계획이다.
부산=노동균기자 defros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