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 내려면 정신 건강해야”…IT기업이 멘탈 관리에 투자하는 이유

전상원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장
전상원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장

“IT기업에선 정신건강이 곧 성과로 직결됩니다.”

전상원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장(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최근 IT기업들의 직원 정신건강 관리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직원 정신건강을 복지가 아닌 업무 역량과 생산성을 관리하는 수단으로 인식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내 주요 게임사와 핀테크 기업 등에서는 자발적으로 상담이나 코칭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 소장은 “IT기업은 집중력과 창의력, 의사결정 속도가 곧 성과로 이어지는 구조”라며 “정신건강에 투자하면 투자할수록 이득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 멘탈 관리가 곧 성과 관리'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IT기업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치료형 상담'보다 '코칭형 상담' 수요가 많다는 점이다. 전 소장은 “환자가 발생해서 오는 경우도 있지만, 정상이지만 더 강해지고 싶고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고 싶어 상담실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창의력과 집중력으로 승부하는 산업인 만큼, 멘탈 관리 효과가 생산성으로 바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IT기업에서 시작된 직원 정신건강 투자가 금융, 서비스업 등 다른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 소장은 “최근에는 프리젠티즘, 즉 출근은 했지만 집중하지 못하는 상태가 조직에 더 큰 손실을 준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며 “정신건강이 나빠지면 업무 속도가 느려지고 소통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그는 “퇴근을 늦추는 방식이 아니라, 집중해서 일하고 충분히 회복하게 하는 방향으로 조직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정신건강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는 프라이버시 보장을 꼽았다. 최근 국내 한 대기업에서 사내 마음건강센터 이용 기록이 징계 관련 문서에 포함됐다는 논란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 전 소장은 “직영 형태로 운영할 경우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북삼성병원에 의뢰한 기업들은 상담실을 위탁 형태로 운영하고, 상담 기록을 회사 시스템과 철저히 분리한다”면서 “회사와 계약할 때도 인사 정보나 내원 정보는 절대 묻지 말라는 조건을 건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진료 기록 역시 수기로 관리한다. 전 소장은 “전문의들이 불편해할 정도로 일부러 전자 차트를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에서 누가 상담을 받았는지, 어느 부서가 문제인지 묻는 순간 상담실 운명은 끝난다”면서 “개인 정보는 물론 부서 단위 정보도 회사로 넘어가지 않는다는 원칙이 명확해야 신뢰가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마음ON케어
마음ON케어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는 최근 비대면 통합 심리지원 서비스 '마음ON케어'를 시작했다. 마음ON케어는 스트레스 자가 측정부터 영상 기반 심리지원, 화상 상담까지 정신건강 관리 전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전 소장은 “검사 결과에 따라 자동으로 솔루션을 제안하고 온라인 상담까지 연결해, 병원에 오기 전 단계에서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건강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나 복지가 아니라 기업 경쟁력의 문제”라며 “IT기업에서 시작된 멘탈 관리 흐름이 기업 문화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