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확산은 배터리 산업 구도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전력을 저장해 꺼내 쓰는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폭발적 성장을 일으키고 있다.
생성형 AI 확대로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이 폭증하는데, 신규 발전소 건설에는 부담이 따른다. ESS는 전력 수요가 낮을 때 생산된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설비다. AI 시대 전력 계통 안정성과 운영 효율을 높이는 핵심적 역할을 한다.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배터리 기반 ESS 시장 규모는 2025년 326억달러에서 2032년 1141억달러로 성장이 예상된다. 연평균성장률(CAGR)은 19.6%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츠앤드마켓츠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가 2024년 919억달러에서 2035년 2513억달러로 연평균 9.6%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기차 시장이 성장은 하지만 ESS가 더 빠르게 팽창할 것이란 전망이다.
배터리 업계는 ESS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사업 재편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속도조절하는 한편 중심축을 ESS에 적합한 각형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빠르게 이동시키고 있다. LFP는 삼원계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와 출력이 낮은 한계가 있지만 가격이 싸고 화재 안전성이 높은데다 수명이 길기 때문에 장기간 충·방전을 반복해야 하는 ESS용으로 더 적합하다는 평가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이미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면서 대응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남경, 미국 미시간에 이어 오창 공장에서도 ESS용 LFP 배터리를 생산하기로 했다. 생산라인 구축에 착수한 상태로 2027년부터 공장 가동을 계획 중이다.
삼성SDI는 최근 미국 에너지 기업과 첫 ESS용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공급을 위해 미국 인디애나주 스텔란티스 합작공장 생산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SK온은 충남 서산 공장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기존 삼원계 파우치형에서 LFP 파우치형 생산용으로 바꾸는 것으로, 연간 3GWh 규모를 갖추기로 했다.

소재 업계도 ESS 시장 대응에 착수했다.
엘앤에프는 올해 양산을 목표로 대구 구지에 초기 연산 3만톤 규모 LFP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충북 오창에 연 4000톤 규모 LFP 양극재 준양산 라인을 구축했다. 포스코퓨처엠은 2027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포항에 LFP 양극재 전용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김병주 EV볼륨스 한국 대표는 “올해 이차전지 산업은 전기차용 배터리 중심 단일 성장 구조에서 벗어나 ESS를 포함한 제품·용도 다변화 기반의 다축 성장 구조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전기차 시장은 완만한 성장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중국과 유럽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어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의 직접적인 수혜는 제한적”이라면서 “반면 AI 데이터센터 증설과 전력 안정성 확보 수요로 ESS 시장은 구조적 성장 국면에 진입했으며, LFP 배터리와 각형 폼팩터 중심으로 채택이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