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동물 성분' 없는 장 줄기세포로 난치성 장 질환 치료 길 열어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 연구진이 동물 성분 없이도 장 줄기세포를 안정적으로 키우고, 손상 조직으로 이동과 재생 능력까지 높이는 첨단 배양 기술을 개발했다.

KAIST는 임성갑 생명화학공학과 교수팀이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이호성) 나노바이오 측정그룹의 이태걸 박사팀, 손미영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권석윤) 줄기세포 융합연구센터 박사팀과 무이종(Xenogeneic-Free) 환경에서 장 줄기세포 이동과 재생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고분자 기반 배양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환자 자신의 세포로 만든 장 줄기세포는 거부 반응이 적어 새로운 난치성 장 질환 치료 대안으로 주목받는데, 배양 방식은 동물 유래 성분(이종 성분)에 의존한다. 이에 안전성과 규제 문제로 임상 적용에 한계가 있었다.

장 줄기세포의 기계적 이동성 향상 매커니즘 규명 개요
장 줄기세포의 기계적 이동성 향상 매커니즘 규명 개요

공동연구팀은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 적용을 가로막아 온, 환자 이식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물 유래 물질 없이도 사용 가능한 고분자 기반 배양 표면 기술 'PLUS(Polymer-coated Ultra-stable Surface)'를 개발했다.

PLUS는 기상 증착 방식으로 코팅된 합성 고분자 표면으로, 표면 에너지와 화학 조성을 정밀하게 제어해 장 줄기세포의 부착력과 대량 배양 효율을 크게 높였다.

특히 상온에서 3년간 보관 후에도 동일한 배양 성능을 유지해, 줄기세포 치료제의 산업적 확장성과 보관 편의성까지 확보했다.

연구팀은 단백체 분석을 통해 PLUS 환경에서 배양된 장 줄기세포에서 세포 골격 재구성과 관련된 단백질 발현이 크게 증가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특히 세포 골격 단백질 결합과 액틴 결합 단백질의 발현이 증가하면서, 세포 내부 구조가 안정적으로 재편되고 줄기세포가 기판 위에서 더 빠르고 활발하게 이동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 형성됨을 확인했다.

홀로토모그래피 현미경을 이용한 실시간 관찰 결과, PLUS 위에서 배양된 장 줄기세포는 기존 표면 대비 약 2배 빠른 이동 속도를 보였다. 또한 손상된 조직 모델에서는 일주일 만에 절반 이상을 복구하는 뛰어난 재생 성능이 확인됐다.

이는 PLUS가 줄기세포의 세포 골격 활동을 활성화해 실질적인 조직 재생 능력까지 끌어올린다는 점을 입증한 결과다.

이번에 개발된 PLUS 배양 플랫폼은 인간 만능줄기세포(hPSC)로부터 유도된 장 줄기세포의 안전한 대량 배양과 임상 적용 가능성을 크게 높일 기술로 평가된다.

이종 성분 없는 환경에서 줄기세포의 생존·이동·재생 능력을 동시에 강화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함으로써, 줄기세포 치료제의 안전성·규제·생산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기반을 마련했다.

임성갑 KAIST 교수는 “이번 연구는 줄기세포 치료제의 임상 적용을 가로막던 이종 성분 의존성을 해소하고, 줄기세포의 이동과 재생 능력을 극대화하는 합성 배양 플랫폼을 제시한 성과”라며 “재생 의학 분야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박성현 박사(KAIST), 선상유 석사과정(KAIST), 손진경 박사(표준연)가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에 11월 26일 자 온라인판으로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