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동탄성심병원 “약물 없이 초음파로 알츠하이머 원인 물질 65% 제거”

집속 초음파에 의한 아밀로이드 베타 응집체 분해 효과
집속 초음파에 의한 아밀로이드 베타 응집체 분해 효과

국내 연구진이 약물 투여 없이 초음파의 기계적 에너지만으로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 물질을 분쇄·제거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기존 항체 치료의 부작용과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비침습적 치료 기술로, 퇴행성 뇌질환 치료의 새로운 접근법으로 주목된다.

김재호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신경과 교수팀은 알츠하이머병 마우스 모델을 이용한 연구에서 저강도 집속 초음파를 이용해 뇌 내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김형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바이오닉스연구센터 박사, 김영수 연세대학교 약학과 교수팀과 공동으로 수행됐다.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 베타(Aβ) 단백질이 과도하게 축적돼 발생한다. 이 단백질들이 응집해 형성하는 아밀로이드 플라크는 신경세포 간 신호 전달을 방해하고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핵심 병리 인자로 꼽힌다. 특히 내부의 섬유(fibril) 구조는 강하게 얽혀 있어 분해가 어렵고 독성이 강하다.

현재 임상에서 사용되는 레카네맙, 도나네맙 등 항체 치료제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표적해 면역세포에 의한 제거를 유도한다. 다만 높은 치료 비용과 함께 뇌부종·뇌출혈 등의 부작용 위험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연구팀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초음파의 물리적 진동 에너지를 활용한 치료 방식에 주목했다. 초음파 에너지를 뇌의 특정 부위에 집중시켜 단백질 결합을 직접 분해하는 원리다.

시험관 실험에서 연구팀은 응집된 아밀로이드 베타에 초음파를 조사한 결과, 단단한 섬유 구조가 최대 62% 감소했으며, 독성이 가장 강한 올리고머 형태 역시 65%까지 줄어드는 효과를 확인했다.

알츠하이머병 마우스 모델 실험에서도 초음파 치료 후 뇌 속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수와 크기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치료 이후 혈중 아밀로이드 농도가 약 66% 증가했는데, 이는 분해된 아밀로이드가 뇌 밖으로 배출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쥐 실험에서 아밀로이드 플라크 제거 및 혈액 배출 확인
쥐 실험에서 아밀로이드 플라크 제거 및 혈액 배출 확인

또 초음파 처리된 아밀로이드 응집체를 인간 유래 신경모세포주 SH-SY5Y에 투여한 결과, 세포 생존율이 82%에서 90%로 개선됐다. 연구팀은 초음파가 단백질 덩어리를 물리적으로 분쇄해 신경 독성을 완화한 결과로 해석했다.

김재호 교수는 “이번 연구로 약물이나 수술 없이 초음파의 기계적 에너지만으로 뇌 내 병리적 단백질을 제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했다”면서 “이 기술은 알츠하이머병뿐만 아니라 파킨슨병을 포함한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 치료의 핵심 기술로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환자 맞춤형 초음파 치료 프로토콜을 개발해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새로운 길을 열겠다”며 “난치성 뇌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실질적인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연구에 매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신경과 김재호 교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바이오닉스연구센터 김형민 박사, 연세대학교 약학과 김영수 교수
(왼쪽부터)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신경과 김재호 교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바이오닉스연구센터 김형민 박사, 연세대학교 약학과 김영수 교수

이번 연구 성과는 SCIE급 국제 학술지 Theranostics(IF 13.3) 2026년 1월호 게재가 확정됐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가 선정하는 '한국을 빛낸 사람들(한빛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KIST,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