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5초의 몰입, 중간 이탈, 마지막에 남는 감정 점검

“잘 만드는 단계를 넘어, 확장하는 단계로 간다.” 구독자 1억2500만 명을 보유한 크리에이터 김프로가 지난 11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허브 기업 순이엔티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숫자 자체로도 이례적이지만, 김프로가 말하는 변화의 핵심은 '규모'가 아니라 '구조'다. 그는 이번 계약을 “잘 만들고, 확장하는 단계로의 전환”이라고 정의했다.
김프로는 그간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력으로 성장해 왔다. 이제는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파트너십, IP 확장, 브랜드 협업을 지속할 수 있는 운영 체계를 갖추는 것이 목표다. 순이엔티를 선택한 이유 역시 명확했다. “크리에이터를 단순한 콘텐츠 생산자가 아니라 IP의 중심으로 본다는 점”에서 신뢰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관리가 아닌 공동 설계자, 실행 파트너라는 인식이 결정적이었다고 했다.
구독자 1억2500만 명을 넘긴 이후 체감하는 변화도 달라졌다. 김프로는 “기쁨보다 책임감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영상 하나가 여러 언어권에서 동시에 소비되는 만큼, 웃음의 포인트뿐 아니라 전 세계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감정선을 더 정교하게 다듬게 됐다는 것이다. 조회수보다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지속 성장의 핵심이라는 인식도 분명해졌다.
전 연령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유지하는 원칙은 단순하다. “세대가 달라도 같이 웃을 수 있어야 한다.” 과도한 자극 대신 상황의 위트, 리액션의 리듬, 캐릭터의 매력으로 보편적인 감정선을 관통한다는 철학이다. 그는 “전 연령 콘텐츠의 본질은 무난함이 아니라 공감의 설계”라고 강조했다.

김프로 세계관과 캐릭터 역시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 아니다. 처음부터 확장을 염두에 두고 내부 기준과 규칙을 쌓아왔다. 캐릭터는 외형보다 행동 원리와 감정 포인트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순이엔티와는 이 기준을 바탕으로 숏폼, 시리즈, 오프라인 경험, 라이선스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IP 흐름을 다지고 있다.
사촌 여동생인 크리에이터 유백합과의 협업은 김프로 콘텐츠의 또 다른 축이다. 김프로가 구조와 흐름을 설계하면, 유백합은 현장에서 표정과 타이밍, 분위기를 완성한다. 기획이 계획에 머무르지 않고 화면 속 감정으로 살아나는 이유다.
기획·연출·편집을 직접 맡는 제작 철학의 중심에는 '감정선의 책임'이 있다. 그는 “한 컷이 무엇을 보여주느냐보다 어떤 감정을 남기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알고리즘 역시 공략 대상이 아니라 시청자의 선택을 읽는 도구로 본다. 첫 5초의 몰입, 중간 이탈, 마지막에 남는 감정을 점검하며 트렌드에 흔들리지 않는 기본기를 다진다.

순이엔티와 함께 추진할 IP 확장의 방향은 '많이'가 아니라 '의미 있게'다. 숏드라마, 음악, 예능, 오프라인 경험으로 영역을 넓히되, 어디서든 김프로다운 톤과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대하는 영역은 캐릭터 IP다. 캐릭터가 중심을 잡으면 포맷이 바뀌어도 일관된 매력이 이어지고, 협업과 라이선스도 자연스럽게 확장된다는 판단이다.
지난 10월, APEC 글로벌 프렌즈 활동 역시 김프로에게는 전환점이었다. 그는 “글로벌 크리에이터를 넘어 한국을 소개하는 얼굴 중 한 명이 됐다는 책임감을 느꼈다”며, 콘텐츠가 재미를 넘어 이미지와 신뢰로 이어질 수 있음을 체감했다고 했다.
장기적으로 김프로가 그리고 있는 목표는 분명하다. 단순한 채널명이 아니라 유쾌함과 신뢰가 함께 떠오르는 브랜드. “김프로면 믿고 본다”는 인식이다. 그는 앞으로 10년을 이렇게 정리했다.
“순이엔티와 함께 김프로 유니버스를 세대와 국경을 넘어 오래 사랑받는 엔터테인먼트 브랜드로 키우겠다.”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