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해안 도시에서 멸종위기 해양 포유류 매너티가 배수관에 갇힌 채 발견됐다가 대규모 구조 작업 끝에 무사히 구조됐다.
110일(현지시각) 미국 매체 WESH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멜버른 비치 구조 당국이 “도로 아래 배수 시설에 매너티가 갇혀 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고 보도했다.
현장에 출동한 구조대는 도로를 전면 통제한 뒤 중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구조 작업에 나섰다. 매너티는 '바다소' 또는 '해우'로 불리는 대형 해양 포유류로, 온순한 성격과 초식성 식성이 특징이다. 얕은 연안과 강 하구, 석호 등을 서식지로 삼으며 수초와 해조류를 먹고 산다. 특히 수온이 섭씨 20도 이하로 떨어지면 체온 유지에 어려움을 겪어 따뜻한 수역을 찾아 이동하는 습성이 있다. 겨울철에는 발전소 온배수 배출구나 온천수 유입 지역 주변에 모여드는 사례도 보고돼 왔다.
현지 관계자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매너티가 따뜻한 수온을 찾아 이동하던 중 배수관을 따라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해당 개체는 멜버른 비치를 가로지르는 하수 시설을 점검하던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됐으며, 약 20㎞ 떨어진 인디언 리버 수역에서 이동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조사 결과 매너티는 빗물을 배출하는 우수관 내부에 갇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구조대는 도로 아스팔트를 절단하고 콘크리트를 제거해 접근 공간을 확보한 뒤, 특수 장비를 이용해 매너티를 지상으로 끌어올렸다. 구조 작업에는 헬기 2대도 투입돼 상공에서 현장 상황을 지원했다.
구조된 매너티는 길이 약 2.1m, 몸무게 186㎏으로 확인됐다. 발견 당시 자발적인 움직임이 있었으며, 저체온 등 심각한 이상 증세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배수관 내부에서 벽면에 부딪히며 생긴 것으로 보이는 꼬리와 지느러미 부위 상처가 발견돼 현재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당국은 매너티가 배수관에 얼마나 오랜 시간 갇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비교적 신속한 구조로 큰 위험은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치료가 마무리되는 대로 자연 서식지로 방류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한편 플로리다에서는 매너티가 보트와 충돌하거나 수문·배수 시설 등에 갇히는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과거에도 배수관 내부에서 여러 마리가 동시에 구조된 사례가 있으며, 일부 개체는 탈진 상태로 발견되기도 했다. 지역 사회에서는 서식지 인근 시설에 대한 안전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