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종가환율 촉각, 은행 한해 건전성 성적표 달려

환율 연말종가 눌렀지만…연평균 '역대 최고' 눈앞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올해 외환 거래 마감을 이틀 앞둔 가운데 연말 환율 종가가 작년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지만 여전히 역대급으로 높은 수준이란 점에서 불안감이 남아있다. 지난 26일까지 주간거래 종가 기준 올해 평균 환율은 1,421.9원이다. 이는 외환위기였던 1998년(1,394.9원)보다도 높아 역대 최고 수준이다. 사진은 28일 서울 중구 명동의 환전소. 2025.12.28     saba@yna.co.kr (끝)
환율 연말종가 눌렀지만…연평균 '역대 최고' 눈앞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올해 외환 거래 마감을 이틀 앞둔 가운데 연말 환율 종가가 작년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지만 여전히 역대급으로 높은 수준이란 점에서 불안감이 남아있다. 지난 26일까지 주간거래 종가 기준 올해 평균 환율은 1,421.9원이다. 이는 외환위기였던 1998년(1,394.9원)보다도 높아 역대 최고 수준이다. 사진은 28일 서울 중구 명동의 환전소. 2025.12.28 saba@yna.co.kr (끝)

연말 결산을 코앞에 두고 은행권이 원·달러 환율 최종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달 31일 종가 환율이 단순 수치를 넘어, 새해 은행 대출과 주주 환원 정책을 결정짓는 핵심 '확정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430원대를 기록 중이다. 연평균 환율은 이미 역대 최고치를 눈앞에 뒀다. 환율이 상승하면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 금액이 불어나면서 위험가중자산(RWA)이 급증하고, 이는 곧장 보통주자본비율(CET1) 등 핵심 건전성 지표의 하락으로 직결된다. 3분기 고환율은 이미 은행권 자본비율을 평균 0.2%p 끌어내린 상태다.

특히 31일 종가는 새해 은행 경영 전략 '가이드라인'이다.

은행 관계자는 “31일 종가 환율은 단순한 회계적 숫자가 아니라, 내년 한 해 동안 은행이 운용할 수 있는 자본 체력을 확정 짓는 변수”라면서 “고환율로 자본비율이 훼손된 채로 마감할 경우, 새해 초부터 리스크 관리 모드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건전성 지표가 하락하면 은행은 떨어진 비율을 회복하기 위해 분모인 '위험가중자산'을 줄여야 한다. 이는 곧 '대출 조이기'를 의미한다. 은행권이 연말 환율 수준에 따라 내년도 대출 공급 규모를 보수적으로 산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주주 환원 정책에도 직격탄이다. 자본비율이 하락하면 배당 여력도 제한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 종가는 1472.5원으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연말을 넘기더라도 환율 문제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주 정부 개입으로 환율이 일시 진정됐지만, 이는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말 환율이 안정되지 않으면 내년 1분기부터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면서 “새해를 앞두고 보다 근본적인 거시 환율 방어 전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시장 역시 이번 연말 환율을 은행주 투자의 최대 리스크로 꼽고 있다.

장정수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최근 열린 '2025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에서 “연말 환율 수준에 따라 외화 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증가할 수 있고, 이는 자본 비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자본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금융기관이 위험가중자산, 즉 신용 공급을 줄이는 선택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