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준 벤협 회장“제3의 벤처붐, 이제 실행의 시간”

2026년 '붉은 말의 해'를 맞아 벤처기업협회가 벤처 성장과 스케일업에 방점을 찍은 새해 비전을 제시했다.

송병준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30일 신년사를 통해 “2026년은 새로운 벤처 30년의 출발점이자 제3의 벤처붐을 현실로 만들어갈 실행의 해”라며 “이제는 지원을 넘어 성장과 스케일업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송 회장은 “1995년 벤처의 불모지에서 출발한 한국 벤처는 지난 30년간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 성장축으로 자리 잡았다”며 “이 모든 성과는 벤처기업인들의 도전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이어 “2026년 병오년은 열정과 생명력을 상징하는 해로, 벤처가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을 힘차게 달리게 할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협회는 지난해 투자 위축 국면 속에서도 벤처기업의 금융 애로 해소와 글로벌 진출 확대에 주력해 왔다. 송 회장은 “투자 빙하기 속에서 다양한 투자유치 기회와 유동성 연계를 지원하는 한편, 북미·중동 등 주요 시장을 중심으로 K-벤처의 경쟁력을 알리는 활동을 강화했다”며 “핵심 인재를 적시에 연결할 수 있도록 인력 매칭 기능도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회원사 기반 확대와 커뮤니티 강화도 주요 성과로 꼽았다. 매월 신규·업종별 회원사가 함께하는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협력 접점을 넓히고, 다양한 산업을 대표할 수 있는 회원사 풀을 확충해 협회의 대표성과 현장성을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정책 분야에서도 의미있는 변화가 있었다. 협회는 법정기금과 연기금·퇴직연금 등 장기자금의 벤처투자 참여 확대,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통한 성장·회수 경로 정상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해 왔다. 그 결과 금융자본 규제 완화와 모험자본 확충을 중심으로 한 정책 논의가 본격화되고, 코스닥 활성화 등 업계 요구가 제도 개선으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송병준 벤처기업협회 회장
송병준 벤처기업협회 회장

송 회장은 이를 두고 “벤처 생태계가 단순한 정책 지원 대상이 아니라, 문제를 제기하고 해법을 제시하며 정책을 함께 만들어가는 성장 주체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변화”라고 평가했다.

대외 환경에 대해서는 위기와 기회가 교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AI와 딥테크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새로운 기회를 열고 있지만, 고환율·고금리, 지정학적 갈등, 저성장과 내수 침체라는 복합 위기 역시 동시에 존재한다”며 “이럴수록 다시 붙들어야 할 해답은 도전정신과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협회는 2026년 핵심 과제로 △벤처금융 확장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규제 환경 조성 △혁신 성장을 뒷받침할 노동 유연성 확보 △회수 시장 활성화를 제시했다. 양적 성장에 머무르지 않고, 기술 경쟁력과 글로벌 진출 역량을 갖춘 질적 성장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벤처로 도약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회원사 중심의 지원 체계도 고도화한다. 송 회장은 “회원사의 목소리를 더욱 세심하게 반영해 혁신 산업을 대표할 수 있는 회원사 저변을 확대하고, AX 전환을 통한 디지털 역량 강화, 글로벌 진출 지원, 핵심 인재 연계를 단계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창업-투자-회수-재투자가 선순환되는 구조를 정착시켜 벤처 생태계 전반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겠다”며 “협회는 현장의 목소리를 서비스와 정책으로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송 회장은 “거친 파도 속에서도 벤처는 늘 혁신이라는 무기로 위기를 돌파해 왔다”며 “2026년, 벤처가 다시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을 뛰게 하는 희망이 되도록 협회가 가장 가까운 동행자로 함께 뛰겠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