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보다 의사 수를 늘리지 않으면 10여 년 뒤 병원에서 의사를 만나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정부 추계에 따르면 2040년에는 국내 의사 수가 최대 1만 1000명 이상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이하 추계위)는 30일 제12차 회의를 열고 2025년부터 2040년까지를 대상으로 한 의사인력 수급추계 결과를 심의·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추계는 의료이용량과 인구구조 변화 등을 반영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의료 서비스가 필요해질지(수요)와, 실제로 의사가 얼마나 공급될지를 함께 계산한 것이다. 의대 정원·면허 유입·이탈률 등을 고려한 공급 추계를 종합해 도출됐다.
결과를 보면 2035년에는 의사가 부족해지기 시작할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모형 기준으로 보면 2035년 의사 수요는 13만5938명~13만8206명으로 예상되지만, 실제 공급은 13만3283명~13만4403명에 그쳐 최소 1500명에서 최대 4900명까지 부족할 것으로 분석됐다.
2040년에는 격차가 더 커진다. 의사 수요는 14만4688명~14만9273명까지 늘어나는 반면, 공급은 13만8137명~13만8984명 수준에 머물러, 부족 규모가 5704명에서 최대 1만1136명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인공지능(AI) 도입 등으로 의사 한 명이 더 많은 환자를 볼 수 있게 되는 상황을 가정해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AI 등 기술 발전을 반영한 시나리오에서도 2040년 의사 수요는 14만8000명 수준으로, 공급보다 여전히 많았다. 의료 이용을 줄이기 위한 정책 변화가 이뤄져도 수급 불균형은 해소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의사 공급 추계는 현재 의과대학 정원인 연간 3058명을 기준으로 계산했다. 여기에 의사 국가시험 합격, 실제 임상 활동 여부, 사망과 은퇴로 인한 이탈 등을 모두 반영했다. 추계위는 “장기 전망인 만큼 모든 변화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가장 합리적인 가정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공급 추계는 최근 의과대학 모집인원 3058명을 기준으로 면허 취득, 임상 활동 참여율, 사망 및 은퇴에 따른 이탈을 반영해 산출됐다. 위원회는 중장기 인력 수급 추계가 미래 의료이용 행태, 기술 발전, 근로 형태 변화 등을 완전하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인식했다. 가용한 자료와 방법론의 한계 속에서 모든 요소를 단일 모형에 포괄적으로 반영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
이번 수급 추계 결과는 앞으로 의대 정원을 얼마나 늘릴지 결정하는 핵심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는 2027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 규모를 이번 결과를 존중해 논의할 예정이며,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간다.
김태현 수급추계위원장은 “이번 수급추계 결과는 수급추계위원회에서 위원들 간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독립적·전문적으로 도출한 결과”라며 “수급추계 결과를 존중하여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의과대학 정원에 대해 심의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