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연구진이 반도체 내에서 전기 흐름을 방해하는 '결함(전자 트랩)'을 기존보다 약 1000배 더 민감하게 찾아내는 새로운 분석 방법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은 신병하 신소재공학과 교수와 오키 구나완 IBM T. J. 왓슨 연구소 박사 공동 연구팀이 전자 트랩과 전자 이동 특성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측정 기법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전자 트랩은 전자를 붙잡아 전류 누설을 유발하고, 성능을 저하시킨다. 반도체 성능을 정확히 평가하려면 전자 트랩이 얼마나 많고, 전자를 얼마나 강하게 붙잡는지를 알아내야 한다.
연구팀은 이전부터 반도체 분석에 사용돼 온 홀(Hall) 측정에 주목했다. 홀 측정은 전기·자기장을 이용해 전자 움직임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여기에 빛을 비추고 온도를 바꿔가며 측정하는 방식을 더해, 기존 방법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웠던 정보를 얻었다.
빛을 약하게 비추면 새로 생긴 전자들이 먼저 전자 트랩에 붙잡힌다. 반대로 빛 세기를 점점 높이면 트랩이 채워지고, 이후 생성된 전자들은 자유롭게 이동한다. 연구팀은 이 변화 과정을 분석해 전자 트랩 양·특성을 정밀 계산할 수 있었다.
이 방법의 가장 큰 장점은 한 번 측정으로 여러 정보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전자가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 얼마나 오래 살아남는지, 얼마나 멀리 이동하는지뿐 아니라 전자 이동을 방해하는 트랩 특성까지 함께 파악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기법을 먼저 실리콘 반도체에 적용해 정확성을 검증한 뒤, 차세대 태양전지 소재로 주목받는 페로브스카이트에 적용했다. 그 결과, 기존 방법으로는 검출하기 어려웠던 아주 적은 양의 전자 트랩까지 정밀하게 찾아냈다. 기존 기술보다 약 1000배 더 민감한 측정 능력을 확보했다.
신병하 교수는 “반도체 안에서 전기 흐름과 방해 요인을 하나의 측정으로 동시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며 “메모리 반도체와 태양전지 등 다양한 반도체 소자 성능·신뢰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 신소재공학과 박사과정이 제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지난 1일자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