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공공기술사업화 대전환]④공공기술사업화의 전환점, 왜 기술지주회사인가?

(자료=한국기술지주회사협회)
(자료=한국기술지주회사협회)
[에듀플러스][공공기술사업화 대전환]④공공기술사업화의 전환점, 왜 기술지주회사인가?

공공기술사업화 정책은 분명한 전환점에 들어섰다. 기술이전전담조직(TLO)을 중심으로 한 1세대 모델은 연구성과를 체계적으로 관리·이전하는 기반을 만들었고, 연구자 참여를 확대한 2세대 모델은 실험실창업과 기술사업화의 양적 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이제 정책의 초점은 달라지고 있다. 성과가 나오느냐가 아니라, 이미 축적된 성과가 어떻게 더 넓고 지속적으로 확산되는가가 핵심 질문이 되고 있다.

대학과 과기원·출연연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초·원천 연구성과가 축적돼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창업과 기술이전 성과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이 성과들이 개별 사례에 머무르거나 연구자 개인의 역량에 의존해 구조적으로 반복·확산되지 못해 왔다는 점이다. 특히 딥테크 분야에서는 기술 불확실성과 긴 사업화 기간으로 인해 단일 기술·단일 창업 중심 접근의 한계가 뚜렷했다.

이 지점에서 기술지주회사의 역할이 재조명된다. 기술지주회사는 단순한 지분 보유나 자회사 관리 조직을 넘어, 성과를 묶고 키우며 다음 단계로 연결하는 실행 축으로 진화하고 있다. '2024 산학연협력기술지주회사 운영현황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학 기술지주회사는 자회사 설립 확대, 민간 투자 유치, 후속 투자 연계, 일부 회수(Exit) 성과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축적하고 있다. 바이오·의료, ICT, 신소재, 에너지 등 고난도 딥테크 분야에서의 성과가 특히 두드러진다.

다만 이러한 성과는 대학 기술지주회사 중심으로 비교적 체계적인 분석이 이뤄진 반면, 과기원 및 출연연 기술지주회사에 대해서는 정기적인 운영·성과 분석 체계가 부재해 정책 분석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경영촉진사업(TMC)이 이러한 공백을 보완할 수 있는 정책적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기술지주회사를 성과 확산의 실행 주체로 설정한 만큼, 대학·과기원·출연연 기술지주회사를 포괄하는 전주체 데이터 축적과 비교 분석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료=한국기술지주회사협회)
(자료=한국기술지주회사협회)

제도 변화 역시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고 있다. 2025년 6월 산학협력법 시행령 개정으로 기술지주회사는 소속 대학뿐 아니라 다른 대학·출연연·병원이 보유한 기술까지 이전·중개·사업화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확보했다. 이는 기술지주회사가 개별 기관 단위를 넘어 다기관 공공기술을 통합적으로 사업화하는 실행 주체로 확장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대학 내부에서도 기술이전·창업·투자 기능을 기술지주회사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자료=한국기술지주회사협회)
(자료=한국기술지주회사협회)

물론 제도적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연구개발비 출연·출자금 계상기한, 간접비 인정 범위, 성과활용 비용 제도화 미흡, 회수 성과의 기술료 인정, 세제·회계 제도의 불균형 등은 기술지주회사의 적극적인 투자와 재투자를 제약해 왔다. 그럼에도 TMC의 정책적 의미는 분명하다. 모든 제도가 완비된 이후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 제약 속에서도 성과가 흐를 수 있는 구조를 먼저 작동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

TMC는 기술지주회사를 단순 지원 대상이 아니라 연구자-TLO-민간 사업화 조직을 연결하는 성과 확산의 중심 축으로 설정했다. IP스타과학자 지원형, TLO혁신형, 컴퍼니빌더 모델과 기술사업화 종합전문회사로 이어지는 정책 흐름은 일관되다. 이는 새로운 성과를 만드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이미 축적된 성과가 더 빠르고 넓게 시장으로 확산되도록 구조를 고도화하려는 시도다.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

지난 15년간 기술지주회사는 공공기술 기반 창업과 사업화의 출구를 만들어 왔다. 이제 다음 15년의 과제는 분명하다. 성과를 더 많이 만드는 경쟁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성과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확산시키느냐의 경쟁이다. 기술지주회사는 이 과정에서 성과를 단발성으로 소비하는 조직이 아니라, 회수된 성과를 다시 투자로 연결하는 지속 가능한 성장 시스템의 핵심 축이 돼야 한다.

공공기술사업화의 다음 단계는 이미 시작됐다. 성과는 충분히 쌓였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 성과가 멈추지 않고 계속 확산되는 구조를 완성하는 것이다.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