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동굴서 6만7800년 전 인류 손자국 그림 발견…“가장 오래된 동굴벽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무나섬 동굴에서 발견된 6만7천800년 전에 제작된 음각 손자국 그림. 사진=호주 그리피스대학교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무나섬 동굴에서 발견된 6만7천800년 전에 제작된 음각 손자국 그림. 사진=호주 그리피스대학교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인근의 한 석회암 동굴에서 약 6만7800년 전으로 추정되는 인류 최고(最古)의 음각 손자국 그림이 확인됐다. 이번 발견은 인류가 동남아시아를 거쳐 호주 대륙으로 이동했다는 기존 이동 경로 이론에 중요한 근거를 더한 것으로 평가된다.

22일(현지시간) 호주 그리피스대학교 막심 오베르 교수가 이끄는 호주·인도네시아 공동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를 통해 술라웨시 남동부 무나섬의 동굴 암벽에서 발견된 손자국 형태의 암각화 일부가 약 6만7800년 전에 제작된 것임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해당 그림은 지금까지 확인된 현생 인류의 암각 예술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속하며, 인근 지역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사례보다 최소 1만5000년 이상 앞선다. 이는 호주 원주민의 선조와 연관된 초기 인류 집단의 활동 흔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 음각 손자국은 바위 표면에 손을 밀착시킨 뒤 주변에 안료를 분사해 윤곽을 남기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해당 이미지는 무나섬 석회암 동굴 내부에서 훨씬 뒤 시기에 그려진 다른 그림들 사이에 끼인 채 발견됐다.

연구팀은 리앙 메탄두노 동굴 암벽에 형성된 미세 광물층을 대상으로 우라늄 계열 연대 분석법을 적용해 그림의 제작 시점을 추적했다. 그 결과 손자국 음각이 형성된 시기가 약 6만7800년 전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음각 손자국 그림이 발견된 무나섬 동굴 입구. 사진= 호주 그리피스대학교
음각 손자국 그림이 발견된 무나섬 동굴 입구. 사진= 호주 그리피스대학교

동시에 분석된 주변 암각화들은 약 2만년 전까지 이어지는 다양한 시기의 작품으로 나타났으며, 해당 동굴이 최소 3만5천년 이상 지속적으로 사용된 예술 공간이었음도 함께 확인됐다.

특히 이번에 발견된 손자국 그림은 손가락 부분이 비정상적으로 가늘게 표현돼 마치 발톱처럼 보이는 형태를 띠고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묘사 방식이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사례라고 설명했다.

공동 연구자인 그리피스대 애덤 브럼 교수는 “초기 인류의 예술은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상징적으로 연결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손가락 형태를 의도적으로 변형한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해석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논문 공동 제1저자인 인도네시아 국가연구혁신청(BRIN)의 아디 아구스 옥타비아나 박사는 “이 그림을 남긴 집단은 이후 주변 섬들로 확산되며 결국 호주 대륙에 도달한 대규모 인류 이동 흐름의 일부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호주와 뉴기니, 태즈메이니아가 하나의 육지로 연결돼 있던 플라이스토세 시대 사훌(Sahul) 고대륙에 인류가 처음 정착한 시기를 두고는 약 5만년 전설과 6만5천년 이전 도달설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옥타비아나 박사는 “이번 발견은 초기 인류가 술라웨시를 거쳐 뉴기니로 이어지는 북부 이동 경로를 통해 사훌 대륙에 유입됐다는 이론에 힘을 실어준다”고 강조했다.

교신저자인 오베르 교수 역시 “북부 루트를 따라 남아 있는 예술 활동과 거주 흔적에 대한 조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이번 성과는 술라웨시와 서부 뉴기니 사이에 위치한 수많은 인도네시아 섬들이 인류 진화 연구에서 지닌 중요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키는 사례”라고 밝혔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