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진흥청이 농작업 안전을 전담하는 정규 과조직 '농업인안전과'를 출범시키며 정책 접근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 김경란 농촌진흥청 농업인안전과장은 “정규 과조직으로 설치되면서 농작업 안전에 대한 국가조직 내 전담조직으로서의 위상이 확립됐다”고 말했다.
조직 신설의 영향은 현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그는 “농촌진흥청에 전담 과가 설치되면서 지방 농촌진흥기관에서도 농업인 안전 업무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안전조직과 전담인력 확대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농작업 안전은 일부 농촌지도사업이나 개별 기술보급 사업에 포함되는 보조적 영역으로 다뤄져 왔다. 이에 대해 김 과장은 “올해부터는 농작업 안전을 일부 사업이 아닌, 모든 농업인이 누리고 알아야 할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해 농업인실용교육에는 중대재해처벌법 등 안전교육이 필수과정으로 편성됐고, 농촌진흥청 기술보급사업에 참여하는 모든 농업인은 안전교육을 받도록 사업지침도 개정됐다.
정책 기조 변화의 핵심은 '관리' 개념이다. 그는 “기존 사업 중심 접근은 안전장비 보급이나 시설 개선 등 투입 중심 성격이 강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제는 사업 종료 이후에도 농업인 스스로 안전관리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는 관리 중심 접근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방향을 현장에서 구현하는 대표 사례가 농작업안전관리자 사업이다. 농작업안전관리자는 수개월에 걸쳐 농가를 세 차례 방문해 농작업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고 개선 상황을 점검한다. 최종적으로는 농가주와 함께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을 위한 농작업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까지 지원한다. 김 과장은 “자율안전관리를 농가 내부에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농업 분야의 구조적 특성도 관리 체계 설계에 반영됐다. 그는 “농업은 사업주와 근로자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농가주도 직접 농작업을 수행하는 구조여서 산업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농작업안전보건기사 등 전문 자격을 갖춘 인력을 농작업안전관리자로 선발·육성해 시군 농업기술센터에 배치하고, 농가를 직접 찾아가 위험성 평가와 전문 컨설팅을 제공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고 예방의 출발점으로는 농업인의 인식을 꼽았다. 그는 “농작업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안전수칙을 알고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농업인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발해 전국 139개 농촌진흥기관에서 실습 중심 안전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농업인 안전365 캠페인'과 대국민 안전영상 공모전도 재해 예방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기 위한 활동이다.
다만 정책 수요에 비해 조직과 예산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김 과장은 “국회와 언론, 농업인단체의 정책 요구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아직 모든 농업인을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여건이 충분하지 않다”며 “중앙과 지방 농촌진흥기관의 전담 조직과 인력 확보, 사업 예산 확대를 통해 기반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올해는 농작업안전관리자 사업 확대가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그는 “사업 대상이 20개 시군에서 44개 시군으로 늘어나는 만큼 역량 있는 안전관리자를 선발·육성해 농업 분야에 안전보건관리 서비스 체계가 자리 잡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농작업 사망 원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농기계 사고와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 예방에 집중해 현장 중심 재해 예방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