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감염된 폐를 제거한 뒤 외부 인공 폐로 48시간 동안 생존하며 폐 이식을 받은 30대 남성의 사례가 보고됐다. 환자는 이식 수술 후 2년이 넘은 현재 일상생활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인공 폐가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중증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시간 벌기' 장치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킷 바라트 미국 노스웨스턴대 의대 교수팀은 감염으로 기능을 상실한 폐를 제거한 뒤 자체 개발한 인공 폐를 연결해 환자의 생명을 유지하고, 이후 폐 이식에 성공한 과정을 담은 연구 결과를 2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메드(Med)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치료한 환자는 급성 호흡곤란증후군(ARDS)을 앓던 33세 남성으로, 바이러스 감염으로 폐가 충분한 산소를 흡수하지 못하는 위중한 상태였다. 인공호흡기를 사용했음에도 약제 내성이 있는 녹농균 감염이 겹치며 폐에 고름이 차고 패혈성 쇼크가 발생했다. 이후 심장과 신장 기능까지 급격히 악화되며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다.
의료진은 폐 이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감염된 폐를 그대로 둔 채로는 환자가 수술을 견디기 어려웠다. 결국 감염된 폐를 제거한 뒤, 심장을 포함한 전신 혈류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자체 개발한 외부 인공 폐를 연결하기로 결정했다.
바라트 교수는 “기존에도 폐를 제거한 뒤 외부 장치로 산소 공급을 유지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심장 혈류를 충분히 유지하지 못해 진정한 의미의 '인공 폐'로 보기는 어려웠다”며 “이번 장치는 혈류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혈전 형성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염된 폐를 제거하자 환자의 상태는 빠르게 호전됐다. 심장과 신장 기능이 회복됐고, 인공 폐에 의존한 상태로 48시간을 버틴 뒤 기증자의 폐를 확보해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수술 후 2년이 지난 현재 환자는 폐 기능을 양호하게 유지하며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제거된 폐 조직을 분석한 결과, 광범위한 흉터와 면역 손상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해당 폐가 스스로 회복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바라트 교수는 “기존에는 낭포성 섬유증이나 만성 폐질환 환자 위주로 폐 이식이 이뤄졌지만, 이번 사례는 일부 중증 급성 호흡곤란증후군 환자에서도 폐 이식이 생존을 위한 선택지가 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의미를 짚었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인공 폐 시술이 고도의 전문성과 인력이 필요해 당분간은 일부 의료기관에서만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바라트 교수는 “급성 상황에서도 폐 이식이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향후 인공 폐가 상용화돼 더 많은 병원에서 표준 치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