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에서 스마트 안경을 이용한 '몰래 촬영' 피해가 잇따르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 BBC는 지난 29일(현지시간) 영국·미국·호주에 거주하는 여성 7명이 스마트 안경으로 동의 없이 촬영된 뒤 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 게시돼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했다.
피해자 딜라라는 런던의 한 매장에서 말을 걸어온 남성과 대화를 나눈 뒤 연락처를 교환했다. 그러나 해당 장면은 남성이 착용한 스마트 안경으로 촬영되고 있었고, 영상은 틱톡에 게시돼 조회수 130만 회를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딜라라의 연락처까지 공개되면서 그는 수많은 전화와 메시지에 시달렸고, 일부 남성들이 직장까지 찾아오는 피해를 겪었다.
또 다른 피해자 킴은 잉글랜드의 한 해변에서 수영복을 칭찬하며 접근한 남성과 대화하던 중 직장과 인스타그램 계정 등 개인정보를 공유했다. 이 역시 스마트 안경을 통한 무단 촬영이었으며, 영상은 틱톡에서 690만 회 조회수, 인스타그램에서 10만 개 이상의 '좋아요'를 기록했다. 이후 킴은 수천 건의 성희롱 메시지를 받아야 했다.
BBC 조사 결과, 틱톡과 인스타그램에는 이와 유사한 영상이 수백 개 확인됐으며, 다수는 남성 인플루언서들이 메타의 스마트 안경을 활용해 제작한 콘텐츠였다. 이들은 해당 영상을 통해 연애 상담 등을 제공하며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들은 플랫폼과 촬영자에게 삭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딜라라는 틱톡으로부터 “위반 사항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고, 킴의 삭제 요청 역시 무시됐다. 사생활 전문 변호사는 “영국에는 공공장소에서 당사자 동의 없이 촬영하는 행위를 명확히 금지하는 구체적 법률이 없다”고 지적했다.
해당 스마트 안경은 메타와 에실로룩소티카가 협력해 생산한 제품으로, 2023년 10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약 200만 개가 판매됐다. 메타는 “촬영 시 LED 불빛이 켜져 인지가 가능하다”고 해명했지만, 피해 여성들은 “촬영 중 불빛을 전혀 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제스 필립스 영국 내무부 여성 안전 담당 장관은 BBC에 보낸 입장문에서 “여성과 소녀를 은밀히 촬영하는 행위는 혐오스러운 범죄”라며 “누구도 이를 통해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