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온라인 유통 시장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가상 모델'이 새로운 수익 모델로 떠오르며 업계 판도를 바꾸고 있다. 실제 사람이 아닌 가상 인물이 상품 홍보의 주역으로 나서면서 비용 구조와 마케팅 방식 전반에 변화가 일고 있다.
4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수만명의 팔로워를 확보한 패션 인플루언서 '즈엉 투이 린'은 최근 실존 인물이 아닌 AI로 구현된 캐릭터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가상 인물은 하노이에 거주하는 20대 청년이 생성형 인공지능과 영상 합성 기술을 결합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동양적인 얼굴형과 깨끗한 피부톤, 상류층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콘셉트로 특정 소비층의 선호를 정밀하게 겨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작자는 과거 의류 쇼핑몰을 운영하며 모델 섭외 비용 부담과 홍보 성과의 불확실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디지털 모델을 도입한 이후 상황은 빠르게 달라졌다.
그는 AI 캐릭터를 활용한 지 한 달 만에 3억동(약 16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으며, 영상 제작에 소요되던 시간도 대폭 줄었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콘텐츠 제작이 이제는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해져 하루에도 다수의 홍보 영상을 게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호찌민에서 활동 중인 한 마케팅 종사자 역시 AI를 단순한 시각 자료가 아닌 '후기 작성자' 역할로 훈련해 광고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그는 표정의 미세한 변화와 입 모양까지 자연스럽게 구현하는 것이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건당 수십만 원대의 광고 제작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기반 가상 모델 제작 노하우를 전수하는 교육 프로그램과 제작 대행 서비스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하노이에서 관련 강의를 진행 중인 한 전문가는 최근 수강생 수가 급증했으며, 특히 비용 절감을 고민하는 쇼핑몰 운영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한편, 실제 인물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해진 가상 모델의 확산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실제 상품과 차이가 있는 과장 광고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면서 생방송 판매나 편집되지 않은 영상 공개를 요구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이 생성형 AI 활용 분야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무단 데이터 학습과 저작권 침해 같은 윤리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AI로 제작된 콘텐츠임을 명확히 밝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향후 모델 관련 단순 업무의 70% 부분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